부활의 신비

가톨릭부산 2017.04.26 09:58 조회 수 : 65

호수 2432호 2017.04.30 
글쓴이 하창식 프란치스코 

부활의 신비

 

하창식 프란치스코 / 수필가 csha@pnu.edu

 

 “죽음은 내가 현재 읽고 있지만 아직은 다 읽지 못한 책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존재한다.”


  아나톨 프랑스의『타이스』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고매한 은수 수도원장에 의해 성녀가 된 타락한 여인인 타이스와, 타이스로 인해 오히려 악마가 되어버린 수도원장의 역설적인 스토리가 주제입니다. 한때 가톨릭 교회의 금서목록에도 들었던 작품이긴 하지만, 부활 주간이 되면 가끔씩 생각나는 고전 작품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죄 많은 인간들에게 엄청난 희망을 선사하는 하느님의 커다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타이스』에 나오는 위 글귀처럼, 아직 우리가 보지 않았을 뿐, 언젠가는 다가올 우리 삶의 마지막 페이지가 마지막 페이지로 남아 버린다면 우리 삶은 그야말로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반면에, 가톨릭신앙을 함께하는 우리들에게 예수님이 부활하여 우리 속에 사신다는 것은, 우리도 언젠가 우리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 다음에도 영원한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보증해 주는 것이기에 그야말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역시 아나톨 프랑스의 다른 작품에서 읽은 글귀입니다.“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그렇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이 지상에서의 소풍이 의미가 있는 까닭은 예수님을 따라 우리가 바라는 부활도 함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학창시절 부활절의 영어가 왜 Easter일까? 많이 궁금했습니다. 앵글로색슨족이 숭배했던 봄의 여신‘에오스터’에서 파생되었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동녘을 East라고 하지요.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난 이후, 부활은 바로, 동녘 어디엔가 아스라하게 있음직 한 그곳, 곧 본향(本鄕)을 향한 우리의 희망찬 여정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부활절이 Easter라고 불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해 오고 있습니다.


  어디 죽음 뒤에 따를 부활뿐이겠습니까?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시련이나 아픔을 통한 죽음과 그 고통을 이겨낸 뒤에 따라 오는 부활이 연속되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큰 시련이나 사고를 당한 뒤 기적적으로 소생한 교우들로부터 일시적인 죽음 뒤의 부활을 체험한 이야기들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런 직접적인 체험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언제나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삶 순간순간 마다 이런저런 부활의 은총을 주시는데도 다만 우리가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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