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이동 대축일(나해, 2024년 10월 6일)강론
10월 묵주기도 성월은 개인과 가정 성화, 인류 구원과 세계평화를 위하여 묵주기도를 바치는 달로, 특히 10월 7일에 지내는 묵주기도의 동정마리아 축일은 우리 부산교구 수호 축일이기에 주일로 이동하여 오늘을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의 축일은 교황 비오 5세가 묵주기도로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승리를 거둔 1571년 레판토 해전의 날(10월7일)을 기념하여 축일로 제정하였는데, 그 후 1883년 교황 레오 13세께서는 10월을 묵주기도 성월로 반포하기도 하였습니다.
역사상 레판토 해전은 너무나 유명한 전쟁으로 1571년 이미 연전연승을 거듭해 온 터키 이슬람군은 마침내 동로마를 점령하고 가톨릭교회를 지상에서 말살시키려고 위풍당당하게 대함대를 몰고 이탈리아로 향하였습니다. 이때 교황 비오 5세는 제후들에게 원조를 청했으나, 당시의 정치적 상황으로서는 겨우 하나의 소함대를 편성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적의 절반도 못되는 병력으로 적을 쳐부수기 위해 교황은 온 가톨릭 신자들에게 묵주기도를 할 것을 호소하였습니다.
교황님의 호소 결과 스페인, 베네치아를 비롯한 가톨릭 신성동맹군이 연합하여 함대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교황도 로마에서 성직자 신자들과 뜻을 합하여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쳤고, 함대에 있는 장병들도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1571년 10월 7일 최초의 해전에서 가톨릭 군은 이슬람의 함대에 포위되어 수척의 군함은 이미 격침되었고, 다시는 싸울 희망조차 없이 절망상태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후의 전황이 기적적으로 우세하게 되어 마침내 이슬람의 함대를 전부 격퇴시키고 말았습니다. 이는 마치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이나 한산대첩을 연상케 합니다.
당시 레판토 해전의 승리로 신자들과 교회는 로사리오 기도를 바침으로써 얻은 성모님의 도움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즉 묵주기도가 이와 같은 대승리를 가져오게 했고 온 유럽의 천주교 신앙을 구해준 것입니다. 이 승보를 접한 전 로마시민은 기뻐했고, 방방곡곡에서 성모님께 대한 감사의 예식이 거행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성모 호칭 기도에 '지극히 거룩한 로사리오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는 기도문이 삽입되었고 1572년 비오 5세 교황은 10월 7일을 '승리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기념일로 제정하였습니다.
그 후 바오로 6세 교황님은 거의 400년이 지난 1967년 터키를 방문하여, 레판토 해전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탈취한 회교도의 국기를 되돌려 주며,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기념하는 대상이 '전쟁의 무기'가 아니라 '평화의 신비를 낳으신 분', 곧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심을 선언하였습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주님께서 탄생하심을 마리아에게 알리는 탄생예고의 내용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오늘 강론은 어머니로서의 성모님에 대한 묵상을 해보고자 합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자식을 위해서는 어떤 십자가도 받아들이려 합니다. 오히려 그런 희생을 기쁨으로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은총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자식의 십자가를 안고 가면서도 그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 어머니입니다. 그러기에 모든 자녀는 힘들고 괴로울 때 어머니를 먼저 떠올립니다. 자신을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가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성모님께서는 이러한 '어머니의 길'을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당연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천사는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오직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고만 답합니다. 그러고는 노년에 아기를 가진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합니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에는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이끄심과 깨달음이 답일 뿐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분의 이끄심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러기에 마리아께서도 선뜻 답하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 역시 그렇게 답하며 살아야 합니다. ‘내 뜻’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들 앞에서 그렇게 받아들이며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어머니의 평화를 만납니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순명이란 내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바로 성모님께서는 이 순종으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데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순종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교회의 길이요, 신앙인이 걸어가야 할 길은 전능하신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지는 일입니다. 머리로는 결코 알아들을 수 없는 신비이지만 겸손한 모습으로 주님의 뜻에 순명할 때 우리 마음에 하느님이 찾아오십니다. 이제 10월 묵주기도의 성월에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님을 찬양하고,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의 큰 은총을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