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 도미니코 신부 / 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부산교구 초대 교구장이신 최재선 주교님은 신자들에게 성모신심과 순교신심을 강조하셨습니다. 병인박해 100주년을 기념하여 광안성당을 순교복자 기념성당으로 지정하고, 오륜대에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진출하여 순교자 현양 사업을 하게 했습니다. 1984년 103위 순교성인 탄생 이후, 교구는 1987년 순교자현양위원회를 조직하였고, 1988년 순교자현양위원장으로 임명된 송기인 신부님은 이듬해 부산가톨릭센터 6층에 사무실을 마련하며 본격적으로 순교자 현양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수영장대순교성지, 생곡 조씨 형제 순교자 묘, 언양 김 아가타 묘 발굴 및 성지를 조성했습니다.
1993년,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순교자들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교회사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수영 장대골 순교자들에 대한 학술연구를 하며 이정식(요한)과 양재현(마르티노)을 시복청원하였습니다. 신자들에게 이들의 시복을 알리기 위해, 약전 10,000권을 제작하여 본당에 배부하고, 강의를 개최하며 매월 시복청원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교구평협에서는 2008년 8월부터 매월 시복시성을 위한 도보순례를 실시하였는데, 연인원 2만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많은 신자들이 이정식과 양재현의 시복을 위해 땀흘리며 기도했기에, 2014년 복자 탄생이 이루어졌습니다.
1987년 김범우 토마스 순교자의 묘를 발굴한 후, 부근 부지를 매입하여 묘를 단장하고, 성모동굴성당과 교육관 등을 조성했습니다. 김범우 토마스는 2014년 시복청원하여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에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 교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느슨해졌고 찾아오지 않은 순례객들로 성지운영과 순교자 현양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2024년 순교자현양위원회가 새롭게 출발합니다. 총대리 주교님께서 위원장을 맡아 주시고, 교구 전체의 성지를 총괄하게 되었습니다. 성지 관련 신부님들이 모여 순교자현양사업을 추진하는 동력이 마련되었습니다. 해야 하는 사업이, 오륜대순교자성지 조성, 생곡 조씨 형제 순교자 묘 주변의 쓰레기 매립장 설치 문제, 언양성당 100주년 준비 등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륜대순교자성지 조성 사업을 교구민 전체의 사업으로 여기고, 교구민들에게 그 사업의 중요성과 더불어 순교자들의 신앙을 알려서 동참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103위 성인이나 124위 복자의 탄생에 열광하거나, 잘 조성된 성지를 순례하면서 좋아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열광과 성지 조성을 위해서는 순교자들의 인내와 고통 속에서 이루어진 값진 삶이 있었고, 그 성지를 조성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봉헌과 기도 헌신을 알아야 합니다. 순교자현양위원회는 교구의 모든 신자들이 순교자들의 후손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스스로 순교자 현양 사업에 동참하고, 특히 오륜대순교자성지 조성에 기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