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09.29 08:06

연중 제26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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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6주일(나해, 2024년 9월 29일)강론
 
오늘 우리 교회는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 인권 유린, 기후 변화, 빈곤 등 다양한 문제와 위기로 ‘이주’가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 안에서도 3D 업종을 담당하는 이주 노동자, 유학생, 그리고 난민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하며 체류하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을 마주합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위기가 예견되는 한국 사회의 미래에 이주민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전 세계교회가 시노드 정신으로 함께하는 이때, 이주민들과 함께 걸어가려는 교회의 노력이 ‘당신 백성 안에서 함께 걸어가시는 하느님’을 드러내는 복음의 징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세례 때 “죄를 끊어버립니까?”라는 사제의 질문에 “예! 끊어버립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세례를 받고 죄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죄를 짓고 고해성사를 보거나 아예 고해성사 보기가 싫어서 죄인으로 남아있기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은 딱히 지은 죄가 없어서 고백성사를 볼 일이 없다고 합리화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다면 죄를 끊어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습관이나 자기 합리화 혹은 죄가 가져다주는 중독성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고해성사라는 탈출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눈이 죄를 짓거든 눈을 빼 던져버리고 손이 죄를 짓거든 손을 잘라버리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정말 그렇게 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그만큼 굳은 결심으로 죄를 끊어버리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또한 남을 죄짓게 하는 사람은 차라리 연자 맷돌을 매고 바다에 빠져 죽는 편이 낫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만일 오늘 복음 말씀처럼 그대로 실행한다면 사지가 성한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는 죄들이 있습니다. 물론 본인도 잘 알지요. 그런 우리에게 오늘 예수께서는 단호한 표현으로 스스로를 다스려야 함을 가르쳐주십니다. 한편 본인뿐만 아니라 남도 죄짓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는 대표적인 예로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말’로 죄짓는 일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지요. 남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는가 하면 안 좋은 소문을 내고 헐뜯는 버릇이 습관적으로 배어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본인뿐만 아니라 이웃에게 심한 상처를 주고 공동체를 분란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바로 그런 사람에게 오늘 예수님의 단호한 말씀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세상을 살면서 인색한 것도 큰 죄입니다. 받은 것에 대해서 감사할 줄 모르고 나눌 줄도 모르는 것 또한 죄가 됩니다. 형제지간에 불화가 끊이지 않고 왕래가 단절되며, 상처를 주고받는 일들이 생기는 것은 많은 경우 인색함에서 비롯됩니다. 나눌 수 있는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부리면 모든 것이 단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예화가 생각납니다.

어느 아이가 태어날 때 한 백발 노인이 어머니에게 나타나서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줄 테니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망설임도 없이 “이 아이가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라고 청했지요. 어머니의 소망대로 아이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랐는데, 받는 데만 익숙해져 결국 자기만 아는 버릇없는 아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랑을 나누어줄 줄은 모르고 계속 남에게 의지한 채 받으려고만 하니 사람들은 하나, 둘 주변에서 떠나고 삶 자체가 피폐해지게 되었습니다. 후에 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백발노인이 나타나 소원을 묻자 아이의 어머니는 ‘사랑받기보다는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해달라고 청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을 원하면 우선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풍요로워집니다. 사랑은 부메랑과 같아서 베풀면 마치 없어지는 것 같지만 다시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옵니다. 다른 이에 대한 칭찬과 배려, 나눔은 우리 모두가 풍요롭게 되는 지름길이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예수님께서는 죄를 짓게도 말고 또 남에게 죄를 짓가 하지도 말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며 죄지을 기회를 원천봉쇄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오늘의 복음과 강론을 묵상하면서 내 작은 언행이 남을 아프게 하거나 죄짓게 한다면 과감하게 고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의 인색함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면 나누는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풍요로워지는 지름길입니다. 죄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게, 사람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살아갈 것을 가르치신 예수님의 오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실천하는 한 주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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