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손이 죄짓게 하면 손을 자르고, 발이 죄를 짓게 하면 발을 자를 것이며, 눈이 죄짓게 하면 눈을 빼 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말씀이며 곧이 곧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그런데 표현 자체에 사로잡히게 되면, 이 표현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잊어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표현 뒤에 숨겨진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해보면, 주님께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나라가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십니다.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를 희생하고 포기하더라도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단식하고 희생하며 절제하는 것도 사실은 우리 삶을 더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우리의 손과 발과 눈에 대해서 다시 성찰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사실 우리 몸은 이웃과 세상을 위해 일하는 도구가 될 수 있고, 하느님을 세상 속에서 드러내 보여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 경우에는 우리 몸은 자기 자신만의 이익과 탐욕을 추구하는 도구가 될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손은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과 노동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손으로 만든 모든 것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손으로 만든 빵과 포도주를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손을 축복해 주시고, 우리 손이 만든 것을 축복해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손은 세상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는 탐욕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손은 이웃 사랑을 거부하고 뿌리치며 자기 자신의 것만 챙기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발은 우리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어떤 방향인지를 보여줍니다. 우리의 발이 우리 삶의 방향을 상징합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우리가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되돌아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길을 잃고 헤매고 넘어질 수 있습니다. 내 마음과 내 손이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내가 서 있는 곳이 진흙탕 속에 있다면 우리의 좋은 마음이 드러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은 이웃과 세상과 관계를 가지는 첫번째 관문입니다.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것을 보면 욕심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눈은, 우리가 보는 것에서 탐욕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 비교하고 시기하며 질투하는 마음을 낳게 합니다.

이렇게 우리의 몸은 이웃과 세상, 하느님을 위한 자리가 되기도 하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탐욕의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의 손과 발, 눈을 다시 성찰하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오늘 우리의 빈 손에 하느님을 담을 수 있기를, 우리의 발로 하느님을 향해 서있을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눈이 사랑과 자비 가득한 시선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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