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극

 

<서문>

무릇 악은 욕심을 틈타는데, 욕심은 본래부터 악한 것이 아니다. 이는 바로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내리셔서 이 몸을 보존하여 지키고 영혼과 정신을 보좌하게 한 공평한 의리의 비밀스러운 심부름꾼이다. 사람이 오직 사사로움으로 여기에 빠지는 바람에 온갖 형상의 죄와 허물이 비롯되어 여러 가지 악이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이 뿌리는 마음이라고 하는 흙 속에 몰래 숨어 있지만, 부자가 되려 하고, 귀하게 되려 하며, 편안하고 즐거워지려는 세 개의 큰 줄기가 밖에서 성대하게 움튼다. 그 줄기가 또 가지를 돋워, 부자가 되기 위해 탐욕을 부리고, 귀하게 되려고 교만을 부리며, 편안하고 즐거워지려고 식탐·음란·나태가 생기게 한다. 혹 부와 귀와 일락이 나를 이기면 질투가 생겨나고, 나를 빼앗아가면 분노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사사로운 욕심은 그 뿌리가 하나다. 부자가 되고 귀한 이가 되며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고자 함이 줄기라면, 교만과 탐욕, 식탐과 음란, 나태와 질투 및 분노를 일으킴은 가지에 해당된다. 여러 종류의 죄와 허물, 의롭지 아니한 염려와 언행이 일곱 개의 가지에 맺혀서는 열매가 되고, 갈라져서는 잎새가 된다.

 

지옥의 불길은 이 나무를 땔감으로 삼는다. 또 세간의 질병과 근심과 환란으로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음은 모두 이 나무의 열매를 먹어서 생긴 것이다. 세상에서 이 나무를 뿌리째 뽑아버린다면 사람은 모두 천사가 될 것이다.

 

사사로운 욕망을 이기는 것은 낡은 집을 허무는 것과 같다. 먼저 바닥부터 허물면 집이 내려앉고 재목이 부서져서 사람이 깔리고 만다. 먼저 용마루와 처마를 제거하고 차츰 기둥과 주초에 이르러야 재목과 사람이 다치지 않고 일도 쉬 끝난다. 이 때문에 욕망을 이기는 것은 모름지기 하나하나 따로 떼어 공격해야만 한다. 쉽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덕성에 힘이 크게 붙기를 기다려서, 그제야 비로소 점차 어렵고 큰 것에 나아간다. 그래서 덕에 나아감은 사다리를 오르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가야지 내달려서는 안 된다.

 

사람의 마음에 생기는 병은 일곱 가지가 있다. 마음을 치료하는 약 또한 일곱 가지가 있다. (중략)

천주교는 으뜸가는 죄를 일곱 가지로 말한다.(칠죄종)

첫째가 교만, 둘째는 질투, 셋째는 인색, 넷째는 분노, 다섯째가 음식에 빠짐, 여섯째는 여색에 빠짐, 일곱째가 선에 게으름이다.

또 죄를 이기는 일곱 가지 단서에는 일곱 가지 덕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겸양으로 교만을 이긴다.

둘째, 남을 아끼고 사랑하여 질투를 이긴다.

셋째, 재물을 희사하여 인색을 이긴다.

넷째, 인내를 길러 분노를 이긴다.

다섯째, 담박함으로 먹고 마시는 것에 빠지는 것을 이긴다.

여섯째, 욕망을 끊어서 여색에 빠지는 것을 이긴다.

일곱째, 천주의 일에 부지런히 힘 쏟아 선행에 게으른 것을 이긴다.

 

1. 교만을 누름

 

교만이란 분수에 넘치는 영예를 원하는 것이다. 그 단서는 몹시 많지만, 큰 가닥을 추리면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선()이 자기에게서 나온다고 여겨 천주께로 돌리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선이 천주로부터 나오는 줄을 알면서 자기의 공으로 여기는 것이다. 셋째는 실제로는 없는 것을 있다고 뽐내는 것이다. 넷째는 남을 우습게 보아 스스로를 다른 사람보다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자만하여 스스로 쓰고, 제멋대로 하여 혼자 뽐내며, 남 이기기를 좋아하고, 기이한 것을 좋아하고 이름을 좋아하며, 장난삼아 남을 모욕하고, 싸움박질하여 공경스럽지 않으며, 효도하여 순종치 않고, 죄를 꾸미거나 선행처럼 속이는 것이 모두 교만의 종류이다.

 

천주의 성경에 말했다. “한결같이 교만한 것이 온갖 죄악의 으뜸이니, 이를 기르는 자는 반드시 재앙이 가득할 것이다.”

 

겸손이란 무엇인가? 스스로를 천한 곳에 두고, 스스로를 낮은 곳에 두는 것이다. 사람이 천주의 위대함과 자신의 부족함, 주님이 아니면 나지도 못하고 어른이 되지도 못하고, 어진 이도 못 되고 성인도 못 됨을 생각하면서, 그 마음을 천주 앞에 내려놓고, 나아가 남 앞에 내려 놓는 것, 이것이 겸손이다.

 

<묵상>

자기를 사랑하는 힘은 인간의 한 본성으로써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이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넘치면 교만, 우월감, 이기심이 되고, 반대로 부족하면 자기 비하, 자기 학대, 열등감이 된다. 이 두 가지 남용과 결여는 모두 죄에 속한다. 따라서 힘의 균형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자애심은 자존감을 높이되 겸손할 줄 알며,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을 긍정하고 이해하는 폭도 넓게 만든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칠극을 읽으면서 매일 기도 묵상 안에서 자기반성과 극기수양을 통해서 성덕을 키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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