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5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주님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침으로써 증명하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나는 하느님을 위하여 죽으니 내 앞에는 영원한 생명이 시작할 것입니다” 하고 고백하였고, 김성우 안또니오 성인은 “나는 천주교인이요, 살아도 천주교인으로 살고 죽어도 천주교인으로 죽을 것이오.”라고 하면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2세기 테르뚤리아누스 교부가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우리 신앙 선조들의 순교의 피로 고백한 그 믿음이 바로 오늘의 우리 교회를 태어나고 성장한 밑거름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현대는 피를 흘리는 순교보다는 땀과 노력, 봉사와 희생이라는 새로운 의미의 ‘백색 순교’를 요구합니다. 결혼과 가정생활에도 피를 흘리지 않는 순교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순교자들의 피로 심은 교회의 씨앗에 물을 주고 자라게 한 것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신자들의 믿음과 일상 속 신앙의 증언입니다.
배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며 항해할 수 있도록 배의 바닥에 싣는 돌이나 모래, 물 등을 바닥짐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거친 파도와 비바람을 만나서 이리저리 배가 흔들릴 때, 이 바닥짐이 배의 중심을 잡아주어서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이 바닥짐의 재료들을 보면, 엄청난 무게로 베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바닥짐이 항해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적인 도구가 됩니다. 우리 삶에도 이런 바닥짐이 있어야 바르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신앙인에게 있어 이 바닥짐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십자가들입니다. 우리의 사령관이신 성모님께서 우리의 삶 안에서 만나는 많은 고통과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십자가를 지킬 수 있도록 우리를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