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제24주간 훈화)
준주성범
그리스도교 영성서적 가운데 고전으로 꼽히는 『준주성범』은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우리에게 영성생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번 천천히 읽어보시고 마음에 새기시기 바랍니다. 세속주의, 물질주의, 현세주의를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만나도록 합시다.
제1장 세상의 헛된 것을 버리고 그리스도를 본받음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요한 8,12)이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시는 그리스도의 말씀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광명을 받아 깨닫고 마음의 눈이 멀지 않으려면 그리스도의 삶과 행실을 본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묵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네가 성경을 다 알고 모든 철학자의 이론을 다 안다고 해도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없다면 그 모든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섬기는 것 외에는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 1,2) 현세를 경계하며 하느님 나라를 사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높은 지혜다.
그러므로 소멸하고야 말 재물을 찾으며 그 재물에 희망을 두는 것은 헛된 일이다. 존경받기를 갈구하거나 높은 지위를 꾀하는 것도 헛된 일이다. 후에 큰 벌을 받을 육신의 욕구를 좇은 것도 헛된 일이다. 오래 살기만 원하고 착하게 살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헛된 일이다. 현세의 생활에만 골몰하고 장차 올 후세를 미리 생각하지 않는 것도 헛된 일이다. 잠깐 사이에 지나가 버릴 것을 사랑하고 영원한 즐거움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지 않는 것도 헛된 일이다.
“눈은 보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못한다.”(코헬 1,8)라는 격언을 기억하라. 이 세상 사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없애고 무형한 것을 찾아 나서기 위해 힘써라. 세상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따르게 되면 결국 양심을 더럽히고 하느님의 은총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