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네 개의 복음서 모두가 우리에게 증언하고 전하고자 하는 것은, 예수가 바로 그리스도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복음서의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예수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질문합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리고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리고 나서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이렇게 보면, 오늘 복음은 네 개 복음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해주고 있으니 복음서의 핵심 구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답 이후로 예수님은 당신에 대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리시고 동시에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십니다. 이러한 어색한 상황은 예수님이 당신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시는 그리스도와 제자들이 생각하는 그리스도가 다르다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주님이 걸으시고자 하는 그리스도의 길과 제자들이 생각하는 그리스도의 길은 서로가 엇갈립니다.

제자들이 생각하는 그리스도는 구약성경에서부터 전해지는 메시아입니다. 사실 그리스도란 히브리말 메시아를 그리스말로 번역한 말입니다. 메시아는 오늘날 일반적으로 구세주 정도로 번역되지만, 엄격하게 말하자면 기름이 부어진 사람입니다. 구약성경에서 기름이 부어진 사람은 예언자와 사제, 그리고 왕입니다. 그러나 주로 누군가 왕의 자리에 오를 때, 사제가 기름을 부어 그를 축성해 줍니다. “기름이 부어진 사람이란 주로 왕을 뜻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새로운 나라를 세워 자신들을 구해줄 다윗과 솔로몬과 같은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스승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에 저희를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게 해 주십시오.”(마르코 10, 36)하고 청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이 자신들에게 빵도 주고 자리도 주고 권력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생각하는 그리스도의 길은 제자들이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기 직전에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실 때, 빵과 명예와 권력의 힘을 거부했습니다. 예수님이 직감하신 그리스도의 길은 마지막 예언자인 세례자 요한의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죄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죄를 대신하여 죽음으로써 모든 사람을 살리는 메시아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시작으로, 예수님께서는 세 차례에 걸쳐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으로 우리가 회개하기를 원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마음을 바꾸고, 우리 삶의 방식을 전환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가 하느님의 생명을 얻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고자 한다면 자기 십자가를 지어야 하고,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으면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생명을 얻는다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예수님의 생각과 제자들의 생각 사이의 긴장과 충돌은 예수님의 부활 전까지 계속됩니다. 제자들은 끝까지 예수님을 온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목격하고 나서야 비로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온전히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그리스도의 모습은 어떤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가 바라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예수님께서 걷고자 하신 그리스도의 길인지 성찰해 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다시 물어보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우리 모두가 매일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질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이 과연 나에게 누구이신지 다시 질문하고 묵상하면서,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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