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일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 강론

by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posted Sep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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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3일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신부가 된 이후로 지금까지 23년동안 나는 성모님과 참으로 큰 인연을 맺고 있다. 첫 부임지가 가야성당이었는데, 가야성당의 주보성인은 파티마의 성모님이었다. 첫 부임지를 떠나, 프랑스 빠리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을 때에, 내가 살았던 빠리 외방 전교회 기숙사 바로 옆에는 기적의 메달 성당이 있었다. 거의 매일 그 성당을 방문했다. 9년 8개월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루르드에는 11번을 다녀왔다. 벨기에 바뇌에도 2번이나 다녀왔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방어진 성당으로 부임했을 때, 방어진 성당 주보성인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였다. 방어진 성당에서 1년 6개월 살고, 복산성당으로 가니, 복산성당의 주보성인은 통고의 복되신 마리아였다. 복산성당에서 4년 살고, 해양사목 담당신부로 가니, 해양사목의 주보성인은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이었다. 그리고 지금 김해성당의 주보성인은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다. 출신본당의 주보성인은 사도 바오로인데, 출신 교구의 주보성인은 묵주기도의 성모님이다.

이렇게나 오랜 동안 성모님과 인연을 맺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성모님을 생각할 때면, 나는 늘 먼저 가슴이 저민다. 여인 중에 가장 복되신 분이 아니라, 오히려, 여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많은 행복을 희생한 여인, 얼굴에 깊게 주름이 패인 한 많은 여인, 억척같이 살다 가족들로부터 못된 며느리, 못된 아내, 못된 어머니로 오해 받으며 살아온 이 땅의 절대다수의 어머니들이 떠오른다. 아들 예수님과 함께 하신 33년이라는 시간 동안 늘 가슴 졸이며 사셨던 당신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오늘 성모신심미사 복음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 순간을 들려준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산바라지 해줄 친정부모도 없이, 달랑 나이 많은 남편만 덩그러니 있던 베틀레헴의 어느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아야 했고, 갓 태어난 아기를 누일 곳 없어 짐승의 밥통에 아기를 놓을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어느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것처럼 여겨졌지만, 다행히 목동들이 아기의 탄생을 축하해주러 모여들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 복음은 전한다.

신약성경의 4복음서들, 특히 루카 복음서에는 마리아는 이 모든 일들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는 표현들이 몇 번 나온다. 이 표현들은 한결같이 예수님의 신원과 삶, 그리고 그분의 사명과 직결되어 있고, 하느님 앞에서 인간이 취해야 할 태도를 알려준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하느님은 언제나 어디서나 인간의 생각이나 인간의 계획보다 훨씬 앞서 계시고, 인간의 배려와 이해보다 더 넓고, 더 깊은 분이시니, 현재의 불평, 불만, 고통을 토로하기 보다는 마리아처럼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면서 흔들릴지언정 뿌리가 뽑혀 나가지 않도록 살라는 그 태도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해 보였던 여인, 그러나 동시에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받아들였고, 하느님의 아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으며, 예수를 따르려는 모든 이들에게 충실한 길잡이가 되는 여인, 그 여인의 이름은 마리아, 우리들의 어머니다. 예수께서 성모님을 우리에게 어머니로 주신 것은 단지 그분의 신앙만을 본받으라고 주신 것이 아니다. 마리아가 예수의 어머니로서 아들 예수의 고난에 함께 한 것처럼, 이제 그 예수를 주님이요, 구세주로 고백하는 우리가 십자가의 길을 걸을 때 우리를 떠나지 않고 우리와 함께 고통을 나누시는 어머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어머니 마리아는 누구보다도 예수께서 가신 길을 따르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알고 계시는 분이다. 그래서 어머니 마리아는 예수를 따르려는 우리 모두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고 위로자가 될 수 있고 격려자가 될 수 있는 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성모님을 공경하고 그분의 신앙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그분의 전구를 청하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 성모신심 미사의 복음은 나에게 이러한 어머니 마리아를 닮아보라 권유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