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일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귀머거리이며 말더듬이를 치유해 주시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말더듬이는 생명의 말을 건넬 줄 모르는 우리 모두를 상징합니다.
미국의 애틀랜타 5번가 한 모퉁이에 고무풍선 장수가 있었습니다. 그 고무풍선 장수는 하도 장사가 안되어 궁리 끝에 파란색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 봤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관심이 하늘로 날아가는 풍선에 쏠렸습니다. 풍선 장수는 이번엔 노란 풍선을 날렸습니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풍선 장수 앞으로 모여왔습니다. 풍선 장수는 이번엔 녹색 풍선을 날렸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어하며 저마다 주머니를 털어 풍선을 샀습니다. 그런데 그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흑인 아이 하나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아저씨, 저기 있는 검은 풍선들은 날 수 없나요?” 풍선 장수는 흑인 꼬마를 유심히 바라본 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검은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습니다. 아이는 신기한 듯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검은 풍선을 쳐다보았습니다. 아저씨는 아이의 어깨를 감싸며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아이야, 풍선을 날게 하는 것은 색깔이 아니란다. 그 안에 들어있는 그 무엇이지.” 흑인 소년은 크게 감동받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 세계적인 위대한 흑인 지도자가 되었는데, 이분이 바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마틴 루터 킹 목사였다고 합니다.
생명의 말씀은 노력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풍선 안에 헬륨이 있으면 풍선이 당연히 하늘로 날 수 있는 것처럼 자신 안에 생명을 간직해야 합니다. 그 생명이란 성령님입니다. 그분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풍선은 날지 못합니다. 생명의 말씀은 지금 우리가 미사 중에 말씀과 성체로 우리 안에 모시고 있습니다. 생명의 말씀을 받아들이는데 게으르면 우리는 영원한 말더듬이로 남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욕망과 이기심, 게으름으로 혀 묶어 아무 말도 못 하고, 많은 벽에 가로막혀 듣지 못하는 우리에게 ‘에파타’라고 하시면 우리의 막힌 귀를, 막힌 입을 뚫고 열어 주십니다. 이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나태함에서 벗어나 이웃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하늘 높이 나는 아름다운 풍선처럼, 하느님을 찬양하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