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유다인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어야 했습니다. 씻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 율법을 어긴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음식을 그냥 먹어선 안 된다는 의미가 이렇게 발전한 것입니다. 그들은 이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꾸짖으십니다. ‘손만 열심히 씻으면 뭐 하느냐? 중요한 것은 마음을 씻는 일이 아니냐?’라며 질책하십니다. 사실, 손 씻는 행위는 마음을 씻는 외적인 표현 중 하나일 뿐입니다.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삼아 노동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한 수도원이 있었습니다. 이 수도원은 전통적으로 순결과 기쁨을 상징하는 하얀 신발을 신었습니다. 수도원 가족들이 텃밭 일을 했기 때문에 평소에도 하얀 신발에는 흙먼지가 많이 묻었고, 비 온 후에는 진흙 범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공동체는 한 주의 마지막인 토요일 오후가 되면, 신었던 하얀 신발을 깨끗하게 빨며 한 주를 정리하고, 한 주의 시작인 거룩한 주일(주님의 날)을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한 하얀 신발을 신고 맞이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공동체는 변했습니다. 노동할 텃밭이 없어져서 자급자족의 원칙은 사라졌고 공동체의 생활방식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토요일마다 하얀 신발을 빠는 전통만은 남아있었습니다. 어느 날, 피정하러 온 청년이 “수사님, 깨끗해서 안 빨아도 되는 신발인 거 같은데, 다들 왜 신발을 빨고 있나요?”라고 묻자, 수도원 가족이 “나도 몰라요. 그냥 꼭 지켜야 할 전통이라네요.”라고 멋쩍게 대답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외형적인 의식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의례가 가치를 지니려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실된 행동이어야 합니다. 그때만이, 금식을 통해 영혼에 쌓인 죄가 씻기고 사라지게 될 것이며, 박애를 통해 허영이 사라질 것이고, 손을 닦음으로써 나의 영혼도 같이 정결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이야말로 영혼이 깃든 진실된 의식으로 주님께 드리는 사랑의 미사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믿음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무의식적인 그런 형식이 아니라 진정 우리의 사랑이 담긴 말과 행동으로 주님을 대하듯 이웃을 대하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