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08.25 18:48

연중 제21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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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1주일(나해, 2024년 8월 25일)강론

 
오늘 복음 말씀에서 우리는 요한 사가가 전해주는 생명의 빵에 관한 마지막 말씀을 듣습니다. 지난주 복음에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한다는 말씀에, 사람들은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요한 6,52)라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은 당시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제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투덜거리고 심지어 제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예수님 곁을 떠나갔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이것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 대해서 당시 제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물건을 하나 사도 고민하고 선택하게 되며 무슨 음식을 먹고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어떤 진로를 택할지, 어떤 배우자를 만날지, 어찌보면 살아가는 모든 것이 선택과 결단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고민하거나 망설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도 때가 되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때가 되면 결단을 해야 하고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결정을 하는데 끝까지 우유부단하거나 결단을 하고 나서도 과거에 사로잡혀 계속 미련을 두고 아쉬워한다면 그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이 우리에게 요구하고 가르치는 것은 바로 신앙의 결단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신앙도 결단이 필요합니다. 매 순간 하느님께로의 결단이 필요하며, 한번 결단하고 나서는 거기에 끝까지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독서와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한 예화가 생각납니다.
 
구소련의 스탈린 시대에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콤팰트’라는 유대인 의사가 있었습니다. 콤팰트는 스탈린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가 시베리아 강제 수용소에 수감 되고 말았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가톨릭 신자를 만나 예수님을 알게 되었는데 주님의 말씀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일체의 부정과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콤팰트가 수용소의 법을 어기게 되었습니다.  
즉 수용소에서 젊은 남자 한 사람이 암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사상이 나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시가 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살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던 콤팰트는 의사로서 큰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러 차례 치료가 미루어지고 수술에서 제외가 되자 마침내 콤팰트는 그를 위해서 몰래 수술을 하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의사로서 양심에 걸리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수용소의 법을 어기고 금지된 수술을 한다는 것은 바로 사형 선고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콤팰트는 수술을 감행하였고 곧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사형이 행해지던 전날 밤에 콤팰트는 수술을 해 준 젊은 남자를 찾아갑니다. 콤팰트는 그에게 그리스도가 어떤 분이며, 자기가 왜 수술을 했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그 옆에 있던 사람이 물었습니다. “이 젊은이를 수술해 준 죄로 당신이 처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후회는 없습니까?” 여기서 아주 유명한 대답이 나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결심은 결코 후회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콤팰트는 처형장으로 담담히 걸어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콤팰트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 자신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때 수술을 받고 살아난 젊은이가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더 솔제니친입니다. 
그렇습니다. 소중한 것에 목숨을 바쳐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 주변의 상황에 타협하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영원한 생명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을 때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라고 물으십니다. 이때 베드로가 나서서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도 신앙을 지닌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면서도 어떤 때는 유혹과 시련에 부딪히거나 세속과 타협하고 세상의 작은 이익에 집착해 연연해하기도 합니다. 또 급할 때는 사주 관상이나 점집을 찾아가 미래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럴 때 신앙이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제 다시 한번 베드로 사도의 고백을 마음에 새겨봅시다. “주님, 저희가 영원한 생명을 주는 당신을 두고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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