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일(나해, 2024년 8월 18일)강론
대부분 신자들과는 달리 가끔은 믿음이 부족한 신자를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체 안에 예수님이 정말 실재하시는 것일까? 의심쩍어하고 자신의 불신앙에 힘들어합니다. 이들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그런데 이 말씀을 들은 유대인들은 이렇게 서로 따집니다.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예수님께서 다시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
예수님께서는 성체가 당신의 몸임을 명명백백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대로 신자들은 초대 교회 때부터 성찬례의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라는 것을 확신하며 모셔왔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의 힘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도 없고 또 거기에서 나오는 힘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이탈리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이며 서유럽 문학의 거장으로 대접받는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는 그의 대표적 작품인 「신곡」에서 이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쓸쓸한 벌판을 지나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기 위해 걸었네, 하늘은 영원히 빛나는 아름다운 별들을 보여주며 우리 영혼을 감싸고 있건만 우리의 눈은 오직 지상의 것에만 쏠려 있었으니, 오랜 세월동안 눈물로 간구해 온 평화, 기나긴 금단을 풀고 천국 문을 여는 평화, 그 평화를 지상에 알리러 온 천사가 거기 눈앞에 살아있는 것처럼 새겨져 있었네.”
단테의 말처럼 우리의 고통은 어쩌면 온통 지상의 것들에만 목표와 눈을 돌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행복에 이르는 참 평화의 길을 분명히 보여주고 계셨건만 세상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우리의 눈을 가려 천국의 문을 볼 수 없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생명의 빵에 대한 가르침을 주님께 듣는 우리 모두에게 제2 독서를 통해 사도 성 바오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미련한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시간을 잘 쓰십시오. 지금은 악한 때입니다. 그러니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십시오.”(에페 5,15-17).
진정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 우리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때는 깊은 영적 기쁨을 맛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육적이고 세속적 감각의 맛에만 도취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는데, 그것만을 찾았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바로 자신의 전부를 내어놓는 삶, 예수님처럼 사는 삶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살 때 영원한 생명을 얻는 삶이 됩니다.
이 가르침을 오늘 예수님과 사도 성 바오로는 ‘깨달으라.’ 하시는 것입니다. 세상과 육적인 것만을 쫓다 보면 궁극적으로 그 길은 고통이며 죽음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주시는 살과 피를 모시고 그 가르침을 따라 살게 되면 영원한 생명과 기쁨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영적인 삶과 육적인 삶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여 참된 길을 갈 것인가는 바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성녀 마더 데레사가 우리나라에 오셨을 때 일입니다. 그때 마더 데레사는 무척 연로하셨지요. 연세 많으신 분이 그 노구에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가난한 곳을 방문하는 등 한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이를 지켜본 기자가 놀라서 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십니까? 지치지도 않으십니까?”
마더 데레사의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힘으로 삽니다. 아침 미사 때 성체를 모시고 하느님의 힘으로 사는데 제가 어찌 지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성체를 모시는 사람은 그 힘으로 살고 그분의 삶을 드러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이미 이 같은 영원한 생명의 기쁨을 앞서 살고 가셨던 성인 성녀의 삶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영원한 생명의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깨닫고 그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를 통해 들려주는 잠언의 가르침을 따른 것입니다. “어리석음을 버리고 살아라. 예지의 길을 걸어라”(잠언 9,6).
예수님, 당신 말씀과 당신 일을 모두 이해할 수 없을 때라도, 순전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진리를 두고 다른 곳에서 방황하지 않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온전한 믿음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