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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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승천 대축일(나해, 2024년 8월 15일)강론 

 
오늘은 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의 36년이란 긴 억압과 압제의 통치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이자 우리 교회의 4대 축일의 하나인 성모승천 대축일입니다.
일흔아홉 번째 광복절을 맞이하는 우리는 비록 긴 세월이 흘렀지만, 일제 식민지시기를 통해 엄청난 민족의 상처를 끌어안고 획득해낸 자유요, 기쁨을 오늘 새롭게 기리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조국이 해방을 맞이하고 난 후의 미소 군정, 남북전쟁과 분단 등 오늘날까지 점철되는 슬픈 역사를 이어 오고는 있지만 역사의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오늘 교회의 전례력인 성모승천 대축일이 지닌 의미와 연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1950년 11월 1일 성모님의 승천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면서 대축일로 선포하였습니다. 마리아께서 하늘로 불러올림을 받아 하느님 나라로 가셨다는 신심은 초 세기부터 교회의 전통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퍼져 있었으며 아울러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는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믿을 교리가 반포되기도 했습니다. 
 
성모승천 교리는 성경에 명시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기에 어떤 이들, 특히 개신교에서는 이 교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거나 모호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리아는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며 예수님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였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도 하느님께 대한 놀라운 믿음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열기구(熱氣球)는 풍선처럼 생긴, 하늘을 나는 비행체입니다. 이것의 무게는 보통 2.6톤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무거운데도 어떻게 하늘로 떠오를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공기주머니 속의 공기를 가열하면 그 안의 공기가 비워지고 더 가벼운 수소로 가득 차기 때문입니다.
열기구가 하늘로 올라가는 원리를 보면, 성모님께서 어떻게 하늘에 오르실 수 있었는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이라 하며 성모송을 바치는데, 여기서 말하는 ‘은총이 가득하신’이라는 말은 곧 ‘성령이 가득하신’이라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성모님께서 성령으로 가득 차 계셨기에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낳으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공기주머니 속의 공기가 가열되어 하늘에 오르는 열기구처럼, 성모님께서도 성령의 불로 가득 차 계셨기 때문에 하늘에 오르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나 자신’의 마음이 성령의 불로 타올라 비워지고 가벼워질 수 있다면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늘에 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두 번 성모님을 일컬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먼저는 엘리사벳이 성모님께 “행복하십니다.”라고 말하고, 이에 응답하여 부르는 ‘마리아의 노래’에서 “이제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성모님의 삶은 행복하셨을까요? 오늘은 성모승천 대축일이지만, 꼭 한 달 후인 9월 15일에는 ‘고통의 성모 축일’을 지내게 될 것입니다.
 
사실 천사가 찾아와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한 그 순간부터 성모님의 삶은 평범한 삶이 되지 못하였으며, 무죄하게 사형선고를 받아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아들 예수님의 시신을 받아 안으신 때까지 그 고통은 이어졌을 것입니다. 이렇게 성모님의 고통이 예수님의 삶과 결부되어 있다면, 성모님의 행복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성모님께서 당신 삶의 모든 순간이 하느님 뜻 안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굳게 믿으셨기에 그 큰 고통 속에서도 행복함도 동반되셨던 것입니다. 그 행복을 완성하고 확인해 주는 가장 큰 순간이 오늘 성모승천 대축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십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님의 말씀을 건성으로 듣습니다. 행복을 ‘원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것은 행복에 대한 믿음이 적은 탓입니다. 그러기에 가족의 평화를 청하면서도 그렇게 된다는 확신에는 약합니다. 모든 것에 앞서서 주님께서도 우리의 행복을 원하고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믿지 못하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느냐는 시각이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엘리사벳도 성모님을 찬양하면서 자신의 삶에도 변화가 왔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께서는 ‘마리아의 노래’ 즉 감사의 노래를 부르십니다. 라틴어로 마니피캇(Magnificat)이라 불리는 ‘마리아의 노래’는 구원의 역사를 요약해 놓은 찬미가입니다. 전 세계 모든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성무일도의 저녁 기도에 이 ‘마리아의 노래’를 바치고 있습니다. 
‘마리아의 노래’ 첫째 부분은 하느님께서 이루신 구원에 대한 마리아의 개인적 감사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하느님께 감사해야 하는 이유를 열거합니다. 둘째 부분은 하느님께서 마리아 안에서 이루신 구원이 하느님 백성 전체에 미치고 있다는 것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의 노래’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라는 구절에 있습니다. 마리아께서는 ‘모든 것’ 그 중심에는 주님께서 계셨음을 알고 믿으셨기에 묵묵히 예수님을 추종하며 사셨고 마침내 하늘로 불려 올림을 받으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삶 안에서 불행하게 보이는 순간도, 우리가 길을 벗어나 방황하거나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받아들이기가 고통스러운 순간까지도 ‘전능하신 분이 큰일을 해주시는’ 순간으로 믿을 수만 있다면, 우리도 하늘나라의 기쁨에 참여할 날을 바라보며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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