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성경을 펼쳐 읽으면, 하느님이 어떻게 인간을 돌보시며 당신의 구원 계획을 이끌어 가시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다윗과 같은 위대한 인물들을 통하여 역사를 이끌어 가시고, 예레미야와 이사야 같은 예언자를 통하여 당신의 계획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하느님은 역사에 기록되지도 않을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을 통하여 그리고 아무도 주목조차 하지 않는 사건을 통하여 당신의 계획을 이루신다는 것도 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하느님은 마리아라는 작고 보잘것없는 시골 처녀를 통하여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사건을 통해서 당신의 계획을 이루고 계십니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지만, 마리아를 보며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꿰뚫어 본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엘리사벳입니다. 엘리사벳은 자신을 찾아온 마리아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외칩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엘리사벳은 마리아가 바로 “주님의 어머니”라고 예언합니다. 엘리사벳의 예언대로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가 됩니다. 마리아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순명과 결단으로 예수님의 어머니가 됩니다. 이렇게 마리아는 하느님의 구원을 이루는 결정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가 어머니라는 사실은 단지 예수님의 출산과 양육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복음 선포의 여정에 언제나 함께 하시고 예수님과 제자들의 뒷바라지를 묵묵히 하셨습니다. 루카복음 8장을 보면 많은 여인들이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고 전하고 있으며, 23장에서는 예수님의 친지들과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라온 여인들이 주님의 십자가 죽음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전합니다. 물론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성모님께서 예수님과 사도들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 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도행전을 보면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후 성령께서 내려오실 때, 성모님이 사도들과 함께 기도에 전념했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은 어머니일 뿐 아니라, 예수님의 복음 선포의 여정에 함께 했던 어머니이고, 예수님의 죽음을 찢기는 가슴으로 지켜본 어머니이며,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고 활동한 사도들의 어머니입니다. 마리아는 참으로 엘리사벳이 예언한 대로, “내 주님의 어머니”이고 사도들의 어머니이며 교회의 어머니입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마리아가 모든 신앙인들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언제나 예수님 주변에서 소리없이 예수님을 도운 어머니가 우리 인생 여정의 길에서 우리를 도우실 것입니다. 당신 아들의 죽음을 지켜본 어머니가 우리 삶의 시련과 고통 가운데 우리를 위로하실 것입니다.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신 어머니가 우리가 바치는 간절한 기도에 함께 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 여정이 끝나면,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 부름을 받아 영원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우리를 위해 기도하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모 승천이 바로 그것입니다. 성모 승천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하늘로 오르셨다는 믿음입니다. 모든 신앙인 역시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하늘로 올라갈 것입니다. 마리아가 우리의 믿음과 희망을 보여줍니다.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에, 어머니 마리아가 세상의 온갖 유혹에서 우리를 지켜 주시고 온갖 어려움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시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성모님은 바로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