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08.04 09:25

연중 제18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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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일(나해. 2024년 8월 4일)강론

 
오늘은 연중 제18주일로서 복음말씀에서는 지난주의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 이은 예수님의 훈시가 따르고 있습니다. 당시 유대인 사회는 로마의 식민지 시대로서 숱한 예언자들이 나타나 로마에 맞서 해방을 얻고자 백성들을 선동하고 또 그들을 따르는 백성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니 누가 예언자라고 나서면 사람들은 당연히 그가 믿고 따를만한 예언자인지, 즉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인지를 확증할만한 증거를 요구했습니다. 
 
그 증거는 대개 보통사람들은 감히 할 수 없는 기적들이었습니다. 오천 명이 함께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는 놀라운 일은 하느님이 보낸 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했기에, 사람들은 예수님을 억지로라도 왕으로 모시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께서는 이를 거부하고 조용히 빠져나가셨고 군중은 사라진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갈릴레아 호수를 건너가서야 카파르나움에서 예수님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군중들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예수님께, 당신이 하느님이 보낸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표징, 즉 기적을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군중들에게 생명의 빵인 자신을 먹어야 결코 배고프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백성들은 당황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한 인간에 지나지 않은 존재가 자신이 생명의 빵이며 자신을 먹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에 가서는 예수님의 그 말씀이 무슨 뜻인 줄 그들은 깨닫게 됩니다. 
 
세속적인 기적만 바라며 예수께서 살아계신 생명의 빵이심을 믿지 못하기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비록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성당활동도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 자신이 얼마나 세속적인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느님 나라보다는 현세적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부자나 가난한 이에 관계없이 모두가 재물에 집착하여 더 안락하고 누리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또한 성경 연구와 성숙된 신앙생활은 뒷전으로 하고 어디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하더라, 성모님이 발현하셨다 하더라는 말을 듣고 몰려다니는 우리들, 심지어 공동체의 같은 신자란 동질성을 이용해 세속적 잇속을 차리는 교우들도 있음을 반성해 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을 치유하는 약 중에 최고의 명약은 신약과 구약이요, 인간을 양육시키는 빵 중에 최고의 빵은 생명의 빵, 즉 미사 때마다 모시는 성체이며, 목욕 중의 최상의 목욕은 영혼의 때를 미는 고백성사란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믿지 않는 사람들과 달리 그리스도인, 신앙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영적인 가치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영적인 배고픔과 갈증은 세상이 주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고 유명한 인물이라도 삶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은 항상 가시지 않습니다.
 
사막에서 가장 강한 짐승은 낙타입니다. 다른 동물은 강렬한 태양 아래서 맥을 못 추지만 낙타는 잘 견디어 냅니다. 그는 자신의 몸에 고여있는 물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많은 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느 동물과 비슷한 양의 물입니다. 하지만 낙타는 자신의 내부에 물이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 기억이 희망이 되어 사막의 뜨거움을 견디어 낸다고 합니다. 
또한 사막에서 강한 식물은 선인장입니다. 줄기는 최대한 물을 머금어야 했기에 뚱뚱해졌습니다. 잎은 최소한의 물로써 버티어야 했기에 가늘어졌습니다. 선인장의 가시는 잎이 퇴화된 것이라고 합니다. 생존을 위한 발버둥은 이렇게 모양새마저 바꾸었습니다. 그러기에 선인장 꽃은 슬픔을 간직한 화려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당신 안에 생명의 에너지가 있음을 설파하십니다. 인생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려면 당신께 오라는 말씀입니다. 
낙타는 오아시스를 만나면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 다시 물을 채웁니다. ‘물은 곧 희망’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낙타의 지혜를 생각해 봅니다. 희망의 주님께서 생명의 빵으로 오신 이유를 묵상해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 미사를 통해 모시는 성체가 우리 자신에게는 얼마나 영적인 양식, 생명의 양식으로 다가오는지, 아니면 의례적인 형식에 빠져 습관적으로 행하지는 않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기쁠 때나 고통 중에 있을 때나 항상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하신 그분에 대한 더 큰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행복과 구원을 위해 자신의 몸을 송두리째 내어놓고 십자가 위에서 묵묵히 지켜보시는 그분께 대한 믿음만이 신앙인의 신원을 찾는 일일 것입니다. 기적은 우리의 확고한 믿음만 있다면 지금도 우리에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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