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

오늘 복음은 지난 주일 복음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난 주일 복음에서 우리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을 먹이신 기적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빵의 기적을 목격하고 경험한 이들이 예수님을 따라옵니다. 호수 건너편까지 예수님을 따라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빵의 기적의 참다운 의미를 깨우쳐 주십니다.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많은 이들을 먹이신 그 사건을 두고 표징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표징이란 사건 너머의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을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통해 깨달을 때, 그 사건이나 사물을 우리는 표징이라고 말합니다.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많은 사람을 먹이신 이 일을 표징이라고 부른다면, 사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사건 너머에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볼 수 없고 알 수 없는 것이 그 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빵과 물고기로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영원한 갈망과 갈증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곧 이어서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하고 말씀하십니다. 빵과 물고기라는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니라, 빵과 물고기 너머에 있는 새로운 생명을 보라는 말씀입니다. 인간의 참다운 생명은 빵과 물고기만으로 충족되지 않으며, 인간의 참된 삶은 육체적 한계 속에 갇히지 않습니다. 인간의 정신은 우리의 시선 너머에까지 다다르고, 인간 마음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인간의 정신을 정신과학이 다 잴 수 없고, 인간의 마음을 심리학이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영은 영원을 향해 서있습니다. 참으로 인간의 생명과 삶은, 참으로 인간 그 자체는 영원을 향해 서 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영원한 생명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의 생명과 삶이 영원을 향해 서 있음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으라고, 그래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찾고 구하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그 양식,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이 바로 예수님이 주시는 빵이고, 예수님 바로 당신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 이야말로 우리의 생명과 삶이 영원에 이르게 하는 참된 양식이고 참된 빵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을 묵상해보면, 우리의 삶이 단지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장수를 했다고 해서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의 삶이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의 삶이 좋은 평판을 받았다고 해서 좋은 삶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의 생명과 삶은 건강과 장수, 재산과 평판을 훨씬 더 넘어서 있는 것이고, 영원을 향해 서 있기 때문입니다. 영원하신 하느님은 우리의 노쇠와 병고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우리가 많지 않는 재산으로도 기쁘게 살 수 있게 도와 주시며, 우리가 세상 사람들의 인정 없어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우리의 참된 생명은 영원하신 하느님 안에 있고, 우리의 삶과 우리 인생이 하느님의 크신 은총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을 찾고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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