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07.29 09:39

연중 제17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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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나해, 2024년 7월 28일) 강론 

 
오늘은 지난 2021년 교황청에서 코로나 감염병으로 고독과 죽음의 고통을 겪는 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7월의 넷째 주일을 ‘조부모와 노인의 날’로 선포한 날입니다.
노년이란 시기는 인생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입니다. 많은 지혜와 노련함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해줄 수 있으며,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축하하고 경하 받아야 할 귀한 것입니다. 그래서 노년의 시기를 보내면서도 현재를 긍정하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하느님의 소리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순응을 통해 생명의 의미를 발견하고 더 가치있는 삶을 이야기할 줄 알아야 인생의 황혼을 아름답게 맞이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급식으로 하고 있어서 도시락에 얽힌 추억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배고픈 학창시절에 도시락은 가장 큰 위안이며 즐거움 중의 하나로서 각자의 추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도시락을 다 까먹고 젓가락만 들고 다른 친구들의 도시락을 전전하는 얄미운 친구들도 있었지만, 학생들 중에는 정말로 집안이 어려워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고 점심시간이면 수돗가에 나가 물로 배를 채우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서로 한 숟가락씩 모으면 금방 도시락 한 개가 새로 만들어져 굶는 친구의 점심을 마련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열 숟가락의 밥을 모으면 한 그릇의 밥을 만든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사랑이 현실이 되곤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통해 소위 성체성사의 예표를 보여주십니다. 예수께서는 가르침을 듣고자 몰려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식사도 휴식도 포기하시고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에 대해 가르쳐 주셨습니다. 가르침을 듣는 군중들도 허기지거나 피곤하기는 마찬가지 였을 것입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작은 양의 빵과 물고기로 ‘이런 기적이 가능할까?’하는 의심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나눔의 정신은 기적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때 우리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2009년 86세 나이로 선종하시면서 안구 등 장기기증을 하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몇천 명에 불과했던 장기기증자가/ 무려 십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면서 한 분의 나눔이 오천 명을 훨씬 뛰어넘는 또 다른 기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한복음서는 4복음서들 중 가장 늦게 기록되었습니다.(100년경) 저자는 이미 기록된 세 개의 복음서들 안에 있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들 중 중요하다고 생각한 주제들에 신학적 깊이를 더하여 명상하는 식으로 엮어 기록하였습니다. 복음서들이 전하는 기적 이야기들은 그것이 사실인지를 묻기 전에, 그 이야기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복음서들은 정확한 사실만 기록한 현대식 전기가 아닙니다. 초기 교회 신앙인들이 믿고 있던 바를 그 시대 독자들이 알아듣고, 같은 믿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기록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성체성사의 예표를 보여주십니다. 성체성사는 사랑의 주님과의 일치를 표현합니다. 이 일치를 통해 우리는 주님과 하나가 되고, 신앙 안에서 점진적으로 영적인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빵의 기적이 단순히 육신의 배를 채우는 빵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빵을 찾도록 하시기 위해/ 마침내 당신의 몸과 피를 다 내어놓으시고 목숨마저 내어놓아 영원한 생명의 식탁을 준비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군중들이 먹고도 남을 것을 마련하실 방법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십시일반의 정신이었습니다. 서로 자기의 것을 내어놓을 때 모든 이가 함께 누리고도 남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먼길을 돌아와 예수님께로 몰려든 사람들은 적어도 자기 배를 채울 것은 마련하여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천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 틈에서 자기의 것을 내어놓을 용기가 없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서로가 자기의 빵만을 움켜쥐고 있을 때에는 모두가 부족하지만,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해 내어놓으면 모두가 충분히 먹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작은아이가 내어놓은 빵과 물고기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였고 예수님께로부터 듣고 배운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다 배불리 먹고도 남는 사랑의 기적을 스스로 체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사랑은 자기가 쓰고 남은 것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더 소중한 것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내어놓는 사랑이었습니다. 십자가상에서 당신의 생명마저 우리를 위해 내어놓으셨고 이는 성체성사를 통해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내어놓으신 봉헌으로 세상은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비록 가진 것은 적으나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이웃과 나눌 때, 하느님께서는 차고도 넘칠만큼 충분한 은총을 베풀어 주심을 깨닫고 실천으로 옮겨봅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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