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제17주간 훈화)
상반기 레지오 훈화를 마치면서
어떤 꼬마가 샤알레에 솜을 깔고 강낭콩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물이 항상 고이도록 하고 매일 성장 과정을 관찰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자연 시간에 한 번쯤 다 해 봤을 겁니다. 며칠 지나면 뿌리가 자라고 싹이 트지요. 그리고 줄기가 생기고 막 자라기 시작합니다. 결국 샤알레를 벗어나 화분으로 옮겨심습니다. 아무튼 이 강낭콩의 성장 과정을 신기한 눈으로 꼬마는 관찰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꼬마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엄마입니다. 엄마는 이렇게 속으로 말합니다. “너도 내 뱃속에 있을 때 강낭콩만큼 작았거든. 엄마는 매일 매일 자라는 너를 볼 때마다 너무나 신기하단다.”
아마도 성모님도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시겠지요. 항상 그렇듯이 우리의 시작은 미미합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성장하는 우리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시는 성모님의 눈에는 결코 미미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강낭콩 한 알에 많은 강낭콩들이 달려 있고, 작은 태아 안에 이미 온전한 인간이 들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봉헌하는 작은 기도와 봉사 안에는 이미 하느님 나라가 있습니다. 그러니 외적 결과가 초라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식지 않는 열정과 꺾이지 않는 희망입니다. 이제 한 발을 떼었다고 생각하십시오. 우리는 노쇠하지만 절대 지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가진 것이 별로 없지만 절대 궁핍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활동력은 부족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레지오 교본이 바뀌지 않듯이 우리의 성모신심은 늘 한결같습니다.
레지오 쇄신의 원리는 ‘관찰-반성-활동’입니다. 상반기를 마무리하면서 그간의 내 모습을 잘 관찰하고 반성하도록 합시다. ‘나 하나쯤이야’는 공멸의 길이지만, ‘나부터 먼저’는 조직을 바꿉니다. 과거에 대한 성찰 없이 미래를 향한 전진은 없습니다. 8월 한 달간 레지오 훈화는 휴식하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말을 해 왔습니다. 그간의 제 훈화가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시고 9월부터는 단원 확충과 함께 선교를 비롯한 복음화 사업에 박차를 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성모님의 군단은 행군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간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