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어제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코라진, 벳사이다, 그리고 카파르나움을 신랄하게 비판하셨다. 그 도시들은 예언자들이 많이 다녀간 곳들이었고, 예수 시대에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율법학교나 회당들이 많았던 곳들이었다. 그 도시들은 당시 잘 나가던 율법학자들의 집결지였던 곳들이었다. 소위 ‘가방 끈 길고, 먹물 좀 많이 먹어서 많이 안다’는 사람들이 잔뜩이나 그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던 곳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지식은 산지식이 아니라, 죽은 지식이었다.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요, 학자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미래를 향한 열린 마음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겸손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추구와 진리에 대한 순종이 너무나도 결여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온갖 교만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자기네 학파의 가르침만이 옳다고, 자기네가 가르치는 하느님만이 참 하느님이라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고래고래 고함치던 이들이 그들이었다.
율법과 계명을 철저하게 지켜야만 기뻐하는 하느님, 일주일에 최소한 두 번은 단식하면서 예배해야만, 그나마 인사 정도를 받아주는 하느님, 이마에 성결 구절이 적힌 헝겊 쪼가리를 조그마한 상자, 바로 성구갑을 매달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큰 소리로 중얼중얼거려야 겨우겨우 기도를 들어주는 하느님, 이런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런 거짓 나부랭이 하느님을 마치 참 하느님인양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그런 하느님께 충성하지 못하고, 율법, 계명 제대로 못 지키고, 단식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예 사람이 아니라, « 암 아하렛츠 », 땅의 버러지들이라고 부르며, 벌레 보듯 사람들을 멸시했었다. 그들은 한평생을 하느님을 연구하고,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성경과 율법을 연구했지만, 따뜻하고, 열린 가슴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는 의인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의인의 삶을 살아내지 못했다. 평생에 걸친 그들의 공부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묘하게도 예수 시대에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한 철부지들 앞에서 당신 자신을 더욱 더 뚜렷하게 드러내 보이신다. 가난한 철부지들, 그들은 이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믿을 구석, 비빌 언덕 하나 없는 사람들이다. 그저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서서 비 바람, 세파를 온몸으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다 쉽게 하느님을 선택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워낙 가진 것이 없다 보니, 워낙 삶이 절박하다 보니, 하느님의 도우심이, 하느님의 사랑이 더 간절했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셨다. « 가난한 사람들, 당신들은 행복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하느님이 바로 당신들의 것입니다…..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감사합니다. 당신께서는 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당시의 ‘가진 것 있는 자들’에게서는 배척을 당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 사람들, 촌놈들, 상것들, 가방끈 짧은 것들, 여자와 아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아들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세상의 아픔과 고통에 나 몰라라 하고 그저 기도 열심히 하고, 예물, 잔뜩 바치기만을 바라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율법과 계명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만을 마음에 들어 하는 짜가 하느님이 아니라, 몸소 사람이 되셔서 사람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 하시려 가난하게 되신 하느님, 율법과 계명을 지키고 싶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러지 못하는 자기네 인생이 죄인의 인생임을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들을 와락 끌어 안고, 일으켜 세우는 참 하느님을 보여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 들였던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이러한 참 하느님을 받아준 가난한 철부지들에게 고마워하신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나는 과연 복음을 전하고 있기나 한가? 가난한 철부지들과 함께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은 얼마나 있는가? 의인인 체 하고 있지는 않는가? 그저 사람들과 나 자신에게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광고하기 위해서 살고 있는 위선자는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