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생명주일 담화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생명의 문화 건설을 위해 제정된 생명주일이 일곱 번째 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요한 10,10)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하느님의 생명력이 여러분 각자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시길 기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우리의 생명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믿으며 ‘생명의 복음’을 세상 안에서 삶으로 선포하는 백성입니다. 생명 자체이신 하느님의 위업을 경축하는 일을 큰 소명으로 삼기에 ‘생명의 백성’이라 불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생명주일이 생명의 참뜻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고, 생명의 복음을 삶으로 선포하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2.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자비의 특별 희년 폐막에 즈음하여 발표한 교황 교서 「자비와 비참」(Misericordia et Misera)에서 인간의 생명이 “죽음의 때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15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새로운 생명의 길을 열어주신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비추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죽음’의 순간에도 예수님의 제자로서 특별한 소명이 있음을 강조한 말씀이었습니다. “죽음은 우리가 뒤에 남겨둔 이들과 앞으로 만날 하느님을 위한 궁극적 사랑의 행위라는 의미”(15항)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선물로 받은 생명을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사건으로서 하느님과 맺어온 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다시 말해 죽음의 사건은 평소에 자신이 지녔던 생명에 대한 믿음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은 삶의 주인이 아니며, 죽음의 주인도 아닙니다. 인간은 삶과 죽음에서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기뻐하시도록’, 그분 사랑의 계획에 자신을 온전히 맡겨 드려야 합니다”(46항).

 

3. 생명의 탄생과 늙어감, 그리고 죽음은 자연적인 현상으로서 그 자체로는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살아온 순간을 반성하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으로서 죽음은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드러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온전하게 자연적인 죽음은 없습니다. 모든 죽음의 순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는 거짓이 사라지고, 어떤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살아왔는지가 여지없이 드러나게 됩니다. 인간의 죽음은 고통스럽고 피할 수 없는 사건임은 틀림없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생명의 가치를 드러내는 순간인 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죽음을 의미 있게 맞이하는 사람은 특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4. 죽음 앞에서 자신과 이웃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일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소명과도 같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그 시행에 앞서 고지한 이 법률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대상자를 비롯하여 임종과정에 있는 모든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의료행위에 대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문서를 통해 미리 자신의 의향을 밝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 향후 진행될 연명의료에 대해 의식이 있을 때 사전에 적절한 의사를 밝히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작성하게 되며 국가가 지정한 기관에 제출하게 됩니다. 이 방법에 대해 우리는 생명경시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으며, 이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이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실상 한국 가톨릭교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보다는 환자 자신이 의료기관에서 의사와 함께 추후 진료 계획을 상의하는 가운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없이 결정이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환자에게 해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오래 전부터 이 법률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따라서 생명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하고, 생명 존중의 정신이 반영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가톨릭교회의 별도 양식(예, 병자성사 요청 여부 등)을 배려하기 어려운 상황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교회의는 교우들의 혼돈을 피하고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따른 연명의료결정을 돕기 위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관한 지침과 해설」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통해 교우들이 삶의 마지막 시기에 관한 생명교육에 적극적 참여와 특별한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생명’에 대한 신앙이 드러나는 특별한 사건입니다. 생명 주일을 맞이하여 “죽음이 가까울 때, 그리고 죽는 순간에 생명을 기리고 찬양”(성 요한 바오로 2세)하기 위해 고려할 죽음의 의미,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선사받은 생명의 참뜻을 세상 안에서 드러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생명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우리가 생명의 주인이신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한다.”(사도 17,28)는 사실을 온전히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생명의 복음」, 47항 참조).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생명력이 여러분 각자의 삶을 풍성하게 가꾸어 주시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2017년 5월 7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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