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간 훈화)
단원들의 일치와 화합
산에 있는 무수한 초목들을 멀리서 보면 조화롭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김새, 크기, 색깔, 종자가 서로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초록이라도 농도와 채도가 다 다릅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모아 놓고 멀리서 보면 다 질서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단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다른 인격과 개성, 그리고 신심의 정도가 다 다르지만, 성모님의 한 군단을 이루고 있는 이상 화합과 일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소 불협화음이 있다 하더라도 관용과 배려의 마음으로 우리는 한 몸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산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보면 저마다 일정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침엽수이든 활엽수이든 아니면 이름 모를 잡목이든 간에 밀착되어 뿌리를 내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바람이 잘 통하기 위해서이고 햇빛을 골고루 받기 위해서입니다. 너무 촘촘히 붙어 있으면 숨이 막혀 자랄 수 없고, 큰 나무 밑에 있는 작은 나무들은 광합성을 할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친하다고 너무 밀착되어 있으면 사소한 갈등과 오해로 서로 갈라지고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적당한 거리 유지를 통해서 서로의 좋은 점만 보고 칭찬해 주는 것이 유익할 때가 있습니다. 가끔 너무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상종하지 않고 소원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기대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곧잘 실망과 원망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관대해져야 하는데, 너무 밀착되어 있다 보니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오히려 흉볼 것도 많습니다.
항상 기억하십시오. 악은 공동체의 분열을 최고의 먹잇감으로 삼습니다. 군사 한 명의 이탈과 불복종으로 부대 전체에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람 때문에 신앙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 때문에 신앙 생활에 방해를 받기도 합니다. 단장님들은 이 점을 특별히 주의하셔서 서로 간의 오해와 분열이 없도록 레지오 단합에 힘써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