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일(나해, 2024년 7월 21일 농민주일)강론
오늘은 연중 제16주일이면서 한국천주교에서는 1995년부터 농민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지구의 온난화가 점점 빨리 진행되는 오늘날 예측하지 못하는 기후의 변화와 정부 정책의 문제로 인해 한해를 열심히 땀 흘리고도 그 노고가 허사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빚더미에 앉아야 하는 우리 농민들을 생각하는 날입니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아무리 공업과 상업이 발전하고 세상이 새로운 첨단정보사회로 바뀌고 있다 하여도 인간은 먹어야 살기에 농업은 여전히 기초산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농민주일을 맞이하여 이 땅의 농민들이 땀 흘린 대가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게, 분배의 정의가 잘 실천될 수 있도록, 그래서 도농 간의 빈부격차도 줄어들어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요즘 바쁘시죠?”라는 말이 아주 흔한 인사말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이젠 좀 쉬고 싶다는 말을 어디서나 듣게 됩니다. 그런데 정말 잘 쉬는 사람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모두가 바삐 뛰어나가는데, 나만 뒤처질까 하는 걱정에 쉬는 것이 오히려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어느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버스 뒷자리에 앉는 것에 대한 경쟁이 생겼습니다. 맨 뒷자리에 앉기 위해 마치는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모두 버스를 향해 달립니다. 버스에 앉을 자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뒷자리에 앉으면 특별히 좋은 점도 없지만, 경쟁이 붙고 그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모두를 달리게 합니다. 그렇게 달려나가다 보니 가끔은 넘어지는 친구들도 있고, 다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철없는 모습이지만, 우리 사회 어른들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내가 이것을 왜 하는지, 무엇 때문에 가지려고 노력하고, 얻으려고 애를 쓰는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지 못합니다.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살면,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너무 바빠서 이미 가진 것도 누리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쉬기 위해 단체로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도 돌아오면 다시 쉬어야 할 정도로 무리를 합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 관광버스 바닥 송판이 제일 두껍다는 이야기가 빈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너무 뛰고 굴려서...)
삶의 순간순간에 우리는 멈춤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멈추어야만 내가 지닌 장점도 볼 수 있고 무엇을 수정하고 나아가야 할지도 보입니다. 또한 지나가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멈추어야만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열두 제자들이 파견을 받고 여러 지역에서 복음을 전한 내용을 예수님께 보고를 드렸을 때 예수께서는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하고 제자들에게 쉼을 갖도록 배려해 주시는 내용을 들려줍니다. 그동안 제자들이 많은 수고를 했는데 쉴 수 있는 형편이 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언젠가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던 박세리가 미국 동부 LPGA(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에 참가했습니다. 개막 전날 박세리는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퍼팅 연습을 하다 말고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놀란 아버지에게 울먹이며 “아버지는 골프만 가르쳐 주었지. 쉬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15년 동안 오로지 골프에만 둘러싸여 화려한 골프 여왕으로 등극한 박세리가 부진에 빠져 아버지에게 “나는 골프에 지쳤다. 이제 골프에서 잠시 빠져나오고 싶다. 나는 골프 말고 다른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골프 여왕 박세리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쉬지 않고 날아가는 새가 없고, 쉼 없이 날아다니는 나비가 없다고 합니다. 새도, 나비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들도 쉼의 시간을 통해 다시 기력을 회복하고, 또 다른 하늘을 날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잠자지 않는 새도 한쪽 뇌가 잠을 자는 동안 다른 쪽 뇌로 방향을 잡으며 날아간다고 합니다. 음악에도 쉼표가 있습니다. 쉼표를 따라 반 박자나 한 박자 또는 두 박자를 쉬게 됩니다. 노래도 쉬지 않고 계속 부를 수는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쉼 없이 일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Re-creation)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고 말씀하셨습니다.
휴가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먹고 즐기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예수님과 더불어 한적한 곳에서 지내는 피정이나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내는 것도 삶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입니다. 아니면 복잡한 일상을 떠나 대자연의 조용한 곳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몸과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는 진정한 쉼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