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지난 주에 초복을 지냈고 이번 주간 중에 중복을 지내게 됩니다. 여름의 한복판에 서있습니다. 이제 곧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됩니다. 휴가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좋은 휴가 보내시길 빌고, 또 계획이 없더라도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휴식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마침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휴식을 권하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쉰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쉬지 않으면 일할 수 없습니다. 밤잠을 설치면 다음날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잘 쉬고 잘 잘 수 있을 때, 우리는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쉬는 것이 잘 쉬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가장 좋은 쉼은 치유되고 회복되는 쉼입니다. 우리는 종종 힐링(healing)”이라는 말을 씁니다. 어느 곳에 갔더니 또 무엇을 보았더니 힐링이 되더라, 어떤 음악을 들었더니 힐링이 되더라, 그 음식을 먹었더니 힐링 되더라, 하고 말합니다. 이 힐링이라는 말 안에는 결국 치유와 회복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찢겨지고 부서진 내 마음이 치유를 받는 것, 온갖 피로와 상처에서 회복하는 것, 내 실수와 잘못, 내 부족함과 약점 때문에 넘어졌던 내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것, 내 정신과 영혼이 새로운 기운을 채워 넣는 것, 이 모두가 힐링입니다. 이런 힐링이 되는 휴식이 참다운 휴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참다운 휴식을, 참으로 힐링이 되는 휴식을 하느님 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인간에게 참다운 휴식을 하느님의 휴식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안식일입니다. 창세기 2장의 첫 구절은 이렇게 전합니다. “이렇게 하늘과 땅과 그 안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여 만드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그날에 쉬셨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쉬셨던 이 날을 이스라엘 백성들은 안식일이라고 불렀고, 이 날을 일하지 않고 거룩하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쉰다는 것은 단순히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섭니다. 안식일은 단지 일하지 않는 날이 아니라, 하느님 창조의 시간으로 되돌아 가는 날입니다. 하느님께서 온 우주와 우리 자신을 창조하신 그 시간으로 우리가 되돌아간다는 말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본모습으로 회복된다는 뜻입니다. 세상살이에 찢기고 상처받고 훼손된 지금 내 모습에서 하느님이 주신 참다운 내 모습으로 되돌아 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치유이고 회복입니다. 이것이 참다운 힐링입니다. 이것이 바로 참다운 휴식입니다. 참으로 우리가 잘 쉴 수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본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내 영혼에 하느님의 숨결이 가득해집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아픈 이들을 치유해 주시고 구원해 주신 것을 영어 성경에서는 힐링이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 역시 하느님 안에서 쉬기까지 참다운 쉼이 없나이다.”하고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 곳에 가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역시 잘 쉬기 위해서 따로 외딴 곳으로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자주 휴대폰과 텔레비전과 함께 동행합니다. 따로 외딴 곳으로 갈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기회를 우리 스스로 거부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하루 가운데 많은 시간을 일상을 멈추고 따로 외딴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한 주간 가운데 주일을 잘 보내는 것 역시 치유와 회복의 휴식이 됩니다. 참다운 휴식은 지금 여기를 벗어나야 이루어 지는 것이기 보다는, 지금 여기에서도 충분히 이루어 집니다. 어디를 가던, 무엇을 하던, 누구를 만나던, 이 여름의 한 가운데 좋은 휴가와 참다운 휴식의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참으로 잘 쉴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하며,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 오늘의 강론 연중 제15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13 34
» 오늘의 강론 연중 제16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20 50
48 오늘의 강론 연중 제17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27 35
47 오늘의 강론 연중 제18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03 44
46 오늘의 강론 연중 제19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0 25
45 오늘의 강론 성모승천 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4 30
44 오늘의 강론 연중 제20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7 23
43 오늘의 강론 연중 제21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24 41
42 오늘의 강론 연중 제22주일 및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당감주임 2024.08.31 23
41 오늘의 강론 연중 제2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9.07 30
40 오늘의 강론 연중 제2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9.14 31
39 오늘의 강론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9.21 38
38 오늘의 강론 연중 제26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9.28 34
37 오늘의 강론 연중 제28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0.12 27
36 오늘의 강론 연중 제29주일/전교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0.19 47
35 오늘의 강론 연중 제30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0.26 37
34 오늘의 강론 연중 제31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1.02 30
33 오늘의 강론 연중 제3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1.16 24
32 오늘의 강론 그리스도 왕 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11.23 23
31 오늘의 강론 대림 제1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11.30 35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