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07.14 16:03

연중 제15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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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나해, 2024년 7월 14일)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먼저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그냥 빈손으로 보내신 것이 아니라 당신의 능력을 담아 보내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제자를 파견하셨습니까? 오늘 독서에 나오는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대로 “하늘의 온갖 영적인 축복을 주심”과 당신의 가르침, 즉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명은 열두 제자에게 국한된 것일까요? 아니죠. 사실 우리도 이미 주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였고 마귀를 끊어버리고 허례허식을 끊어버리겠다고 약속했으며 그 기초 위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주님의 능력을 입었고 파견을 받은 것입니다. 더구나 매 미사가 끝날 때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파견문의 라틴어 원문을 보면 ‘Ite Missa est’ 즉, '가시오! 당신은 파견되어 졌습니다.'라는 뜻으로 우리는 매 미사를 통해 파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주님으로부터 받은 능력으로 그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온갖 유혹 앞에서 주님의 선택받은 사람으로서 꿋꿋하게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능력을 묵히고 있으니 안타깝습니다. 
복음 선포의 사명을 받은 사람의 처신에 대한 하나의 예를 들면,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융통성 없는 사람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신호위반, 속도위반, 음주운전을 하고도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랑삼아 얘기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자신 모르게 스스로의 가치관을 흐리게 하고 잘못된 것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모습은 흐트러진 신앙생활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적용될 것입니다.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가는 것은 어둠의 세력이 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호하게 주님의 이름으로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른 생각으로 원칙을 준수하고 근본에 충실한 것이 더러운 영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그러나 세속적으로는 눈앞의 인간적인 이익 때문에 어둠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례를 받은 우리 신앙인은 세속과는 달리 더러운 영을 다스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예’ 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주님 앞에 부끄러움이 없이 당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이 돌아보면 은총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당장의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주님께서 있으라 하신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고 주님의 뜻을 기다리면 열매는 주님이 주십니다. 주님의 뜻을 행했으면 결과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주님께 맡기면 됩니다. 내가 흘린 수고와 땀은 주님께서 차고 넘치도록 헤아려 주실 것입니다. 근본을 얻으면 일의 결과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따라서 농부가 온종일 땀 흘리며 고랑을 일구듯이 주님의 말씀 속에 있는 생명의 길을 닦는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먼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다음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가장 이상적인 사람은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하는 사람도 힘들 것이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사람은 발전이 더딜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어 하도록 하는 것은 사명의 문제이고,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사도들을 파견하신 주님께서는 오늘은 우리를 파견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고 당신의 일을 우리를 통해 이루시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세상 것에 매이지 말고 천상 것을 추구하는 의로움을 통해 주님을 선포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가정에서도 주님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기쁨을 주며/ 힘을 주시는 분이 되어야 합니다. 잠언 16장 3절에서는 “네가 하는 일을 주님께 맡겨라. 계획하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선언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남극에 가면 펭귄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 추운 곳에서 펭귄들은 바다로 뛰어들어 먹을 것을 마련합니다. 사실 그 차가운 바다 앞에서 펭귄들도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다 앞에서 뛰어들지 못해서 무리지어 있을 뿐이지요. 그러다가 한 마리 펭귄이 뛰어듭니다. 그러면 다른 펭귄들도 잇따라 그 뒤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 첫 번째 펭귄이 없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추운 바다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지요. 그 첫 번째 펭귄이 있었기에 추운 바다를 향해 몸을 던질 수 있고, 또 원하는 먹이도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내가 되면 어떨까요? 모든 사람들이 주님의 일을 주저할 때, 이사야 예언자가 소명을 받고 ‘주님, 보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이사야 6, 8)라고 외친 것처럼 내가 먼저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모든 이들도 주님의 일에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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