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연중 제14주간 훈화)
도둑 고양이의 실체?
아래의 글은 어떤 수사 신부님의 체험담입니다.
제가 피정의 집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수도원 마당에서 산책하다 대나무밭에서 흰색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순간 ‘도둑고양이 새끼로구나.’ 생각했습니다. 이후 쥐를 쫓을 생각으로 그 고양이를 지하실에 방치하듯 키웠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주방 자매님이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신부님, 고양이 주인이 다녀갔어요!”
“네~에, 도둑고양이도 주인이 있나요? 그러면 그 주인은 도둑이던가요?”
“아뇨, 예쁜 아가씨였어요.”
“예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런 사람이 고양이를 수도원에 버려요?”
“그런데 사연이 있더라구요.”
그 아가씨는 고양이를 너무 키우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오십만원 주고 산 뒤, 한 달 동안 그 고양이만을 품고 살았답니다. 그랬더니 그 아가씨의 엄마가 도저히 그 꼴을 볼 수 없어서 고양이를 버리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러다 고민 끝에 수도원에 갖다주면 수사님들이 어떻게든 보살피지 않을까 싶어 딸이 출근하자마자, 수도원 대나무밭에 그 고양이를 두고는 줄행랑을 쳤답니다.
도둑고양이 취급할 때는 그 고양이의 양쪽 눈 색깔이 다른 걸 보고 ‘웬 왕 잡종?’했습니다. 그리고 꼬리를 몸쪽으로 휘감고 앉아 있거나, 먹이를 줄 때 제 바지를 물거나, 저에게 안기려 하면 ‘도둑고양이 주제에 별짓을 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십만 원 명품 고양이라는 말을 듣자, ‘그래, 어쩐지! 앉아 있는 자세도 우아하더라! 털은 또 어찌나 부드러운지!’라고 바뀌었습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가끔 레지오 단원들끼리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고 미워하고 갈라설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나의 판단에 따라 좋게 볼 수도 있고 나쁘게 볼 수도 있습니다. 알고 보니 명품 고양이인데, 나의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상대를 도둑고양이로 보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