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이로의 딸과 하혈하는 여인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두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한 여인은 12년 동안 하혈하는 여인이고, 다른 한 여인은 12년을 살고 죽은 소녀입니다.

먼저 열 두 해 동안 하혈하는 여인에 대해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의 율법에 의하면, 여성이 달거리를 할 때 부정한 상태가 됩니다. 이 여성은 열 두 해를 하혈하는 상태로 살았습니다. 12년 동안 육체적 질병이 그녀를 괴롭혔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 율법 역시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그녀는 12년을 부정한 상태로 산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병에 대해 드러내 놓고 고쳐주십사 청할 수도 없었고, 또한 질병이 치유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한 처지였기에 그녀는 예수님 앞에 설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예수님 뒤를 따라가서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에 대었습니다.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내었습니다. 우리 역시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깊이 숨겨진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우리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 여인에게 배워야 할 것은 그녀의 믿음과 용기입니다. 주님 앞에 설 수 없다면 주님 뒤에서 옷자락이라도 잡아야 합니다. 주님의 옷자락이라도 잡으려는 절박한 믿음과 용기를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사실 주님 말씀대로, 그녀는 자신의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역시 굳센 믿음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 주십니다.

두번째로, 우리는 열 두 해를 살다 죽은 소녀를 만납니다. 사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은 죽은 소녀이기 보다는 그녀를 구해달라고 청하는 아버지 야이로 입니다. 아버지는 딸을 구해달라고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딸의 죽음을 전해 듣고는 절망에 빠집니다. 이제 딸을 죽었고,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오히려 주님께서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그리고 주님께서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일으키십니다. 주님께서 손을 잡아 주실 때, 소녀는 일어섭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실 때 우리는 일어섭니다. 오늘 우리가 이 소녀를 보며 깨달어야 할 것은, 주님의 손 안에 참된 생명이 있고, 우리가 주님의 손을 잡을 때 참으로 산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온갖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주님의 손을 잡고 일어나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께 청해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절망하지 말고 절대 희망을 놓치지 말고, 주님께 청하고 주님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오히려 주님께서 일하신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일하시도록 우리를 열어놓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하혈하는 여인을 고쳐 주시고, 야이로의 딸을 살려주십니다. 하혈하는 여인은 주님의 옷자락이라도 잡으면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주님의 옷자락을 잡습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지만,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합니다. 반대로 죽었던 소녀는 주님께서 손을 잡아 주셨을 때 일어섭니다. 죽었던 소녀도 그리고 딸의 죽음을 전해 들었던 아버지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오히려 주님께서 모든 것을 다 이루어 주셨습니다. 우리 역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바로 그때는 주님께서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시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온전히 주님께 맡겨드리면, 주님께서 우리 손을 잡아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하고, 우리가 할 수 없을 때 하느님이 일하시도록 기다리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주님은 그 때 우리의 손을 잡아주실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시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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