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0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이 주간의 독서와 복음은 주님을 믿고 있는 우리가 주님을 고백하고 또 이웃에게 전하기 위하여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카르멜 산에서 우상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참된 하느님이 누구신지를 알려주기 위해 바알의 예언자 450명과 아세라의 예언자 400명과 내기를 하고 패한 그들을 모두 죽었습니다. 이런 불같은 성격의 엘리야에게 하느님은, 불이나 천둥 또는 지진 속에서가 아니라,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와 만나는 사람들이 우리를 통해 주님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 편협된 부정적인 사고로 단단하거나 굴곡진 것 없이 부드럽고 순수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수사님이 수도원 정원에서 흙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그 수도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교만한 젊은 수도자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는 이 젊은 수도자에게 어떤 깨우침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단단한 흙 위에다 물을 좀 부어주겠나?” 젊은 수사는 단단한 흙 위에 물을 부었지요. 하지만 단단하게 뭉친 흙 위에 부은 물은 옆으로 모두 흘러가고 맙니다. 그러자 이 나이 많은 수사님은 옆에 있는 망치를 들어서 흙덩어리를 잘게 깨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부서진 흙을 모아놓고 젊은 수사에게 다시 한번 물을 부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번에는 어땠을까요? 물은 흙 속으로 잘 스며들었겠지요. 이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이 든 수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야 흙 속에 물이 잘 스며드는구먼. 여기에 씨가 뿌려진다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거야. 이처럼 우리 마음 역시 깨어져야 한다네. 그래야 하느님께서 깨진 마음에 물을 주시고, 씨가 떨어져 꽃이 피고 열매를 맺힐 수가 있는 것이지.”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 마음의 온유함과 겸손함을 배우라고 하셨습니다.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 안에 주님의 말씀이 뿌리내리고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자라나, 바르나바 사도처럼 이웃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와 같이 우리의 이웃이 잃었던 주님을 다시 찾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지낼 수 있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