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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17년 노동절 담화

가톨릭부산 2017.04.14 11:23 조회 수 : 78

2017년 노동절 담화문
“가정은 노동에 의해 이루어지는 공동체” 
(노동하는 인간, 10항)

 

제127회 ‘노동절’을 맞이하여 모든 노동자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교회의 기도와 연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안에는 자신의 노동을 인정받지 못한 채, 고통 받는 많은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은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과 미래의 노동자인 자녀들에게도 전달되어 가정의 위기, 사회와 국가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생명의 토대 위에, 모든 사회 질서의 원형”(간추린 사회교리, 211항)인 ‘가정’을 세우셨습니다. 가정은 사회에서 “첫째가는 핵심 세포”(평신도 교령, 11항)로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의 위기입니다. 그런 이유로 사회와 국가는 가정을 위해서 존재해야 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교회는 가르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14항).       
 
1. 오늘날의 많은 가정이 위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가정을 세우고 유지하고 완성하는데 중요하고 필수적인 조건인 노동’(간추린 사회교리, 249항)이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공공·민간 모든 분야에서 비정규직이 대대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외주업체를 통한 파견·용역·사내하도급 형태의 간접고용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의 영향으로 ‘가정경제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가정의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고용의 문제’는 가정을 세우고, 유지하며, 미래의 가정을 낳을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교회는 “실업을 사회적 재앙”(간추린 사회교리, 287항)으로 규정하면서, “완전고용을 의무적 목표”(간추린 사회교리, 288항)로 삼고 있습니다. 고용문제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임금’입니다. 한국은행은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올해에는 313만 명으로 증가하여, 임금노동자 6명 중 1명이 여기에 해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사회교리의 핵심인 가족 구성원들의 ‘전인적(全人的) 완성’은 더욱 묘연해 질 수 있습니다.

 

2. 우리가 ‘잊고 있는 또 하나의 가정’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그 가족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 산업구조에서 ‘필수 구성원들’이 되었지만, “자국민과 동등한 권리”와 “사회일원으로서 도움 받을 권리”(간추린 사회교리, 298항)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인권적인 단속, 열악한 의료복지와 산업재해, 임금체불 등과 같은 차별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가족’(마태 2,13-15 참조)이 이집트에서 외국인 노동자 가족으로 살았음을 기억해야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과 그 가족을 ‘예수님의 가족’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 노동자와 청소년 노동자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는 ‘그 사회의 질’이 여성의 노동권 보장에 달려있음을 강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95항). 그러나 현실은 노동현장에서의 성별 차별에 의한 임금격차와 불리한 승진, 출산과 자녀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은 특히, 사별과 이혼으로 인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의 여성’에게는 큰 고통입니다. 한편 최근 발생하는 청소년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과 산업재해, 그리고 자살 문제는 청소년들이 노동현장에서 ‘미래를 위한 노동자로서의 인격적 양성’이 아니라, ‘물질주의와 성과주의’에 길들여진 기성세대의 탐욕에서 불거진 결과로써 사회적 성찰과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3. 교회는 노동자들이 소유권과 경영, 이익에 참여할 수 있는 ‘공동소유자’라는 점을 강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81항). 모든 이윤은 자본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이 있을 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교회는 소수 자본가가 이윤을 독점하는 것이 정의에 어긋난다고 가르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77항).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위한 조직이기는 하나,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할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을 증진시켜야 할 사명이 경영자에게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경영자들은 기업을 “자본의 사회”가 아닌, “인간의 사회”(간추린 사회교리, 338항)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며, 노동자들을 ‘생명을 가진 참 인간으로, 참 가족으로’ 여겨야 합니다. 개별 노동자 뒤에 바로 그가 책임져야 할 ‘가족’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정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노동의 위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의 위기는 가정의 위기를 넘어 사회와 국가의 위기, 그리고 ‘교회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기의 확장성은 그 위기의 원인인 ‘노동문제’에 대한 교회의 성찰과 더욱 적극적인 교회의 역할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과 선의를 가진 모든 이에게 ‘연대적 사랑’에 투신하도록 초대합니다.
어려운 현실에서 땀 흘리며 하느님 나라 완성에 동참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또한 새롭게 뽑힐 지도자와 정부는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법 개정과 노동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7년 5월 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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