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9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님 사랑의 절정인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낸 우리는, 예수 성심 대축일인 금요일에 특별히 주님의 그 사랑의 마음을 묵상하며 그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사제성화의 날을 맞이하여 특별히 주님의 구원 사업을 계속하는 사제들이, 교황님의 말씀대로, 양의 냄새가 나는 착한 목자로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또한 토요일은 우리를 사랑하시어 주님께로 우리를 인도하시기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성모님의 마음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날입니다.
너무 바빠서 정말로 너무 바빠서 무릎 꿇어 기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세금 고지서의 마감 날짜에 맞추느라 바삐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영성체만 하고 서둘러 일어나야 했습니다. 그래도 신자로서 의무는 다했다 싶어 마음만은 편했답니다. 하루가 다 가도록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줄 시간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에 관해 이야기할 시간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이 나를 비웃을까 봐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없어요.’ 이것이 항상 나의 외침이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에게 베풀 시간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드디어 생명이 다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느님 앞에 불리어 갔을 때, 나는 고개를 떨구고 서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손에는 한 권의 책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의 책이었습니다. 하느님은 그 생명의 책을 펼치더니, ‘네 이름이 여기 없구나. 한때 너의 이름을 써넣으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없었단다.’
기도란 우리의 시간을 주님께 내어드리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매일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이지만, 예수님의 마음을 묵상하는 6월 한 달, 아니 이번 주간만이라도 주님께 시간을 내어드리며 그분 앞에 앉아있도록 합시다. 우리가 생명을 다하고 주님 앞에 나아갈 때, 주님으로부터 ‘시간이 없어서 너의 이름을 적어넣지 못했다. 미안하다.’란 말을 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님도 우리를 위해 시간을 갖도록 우리가 먼저 주님께 우리의 시간을 내어드리며 그분 앞에 앉아 있는 그런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