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7일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돈 많은 사람들을 두고 부자라고 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한다. 부자들이 구원을 받기가 어려운 것은, 적어도 이 나라 이 땅에서 부자로 사는 이들에게 딱 들어 맞는 말이다. 이 나라 이 땅에서 부자로 산다는 것이 자기 혼자 열심히 일하고, 성실히 땀 흘리고, 세금 낼 거 다 내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돈을 번 만큼, 그 만큼 다른 이의 피와 눈물이 함께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지금 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나라의 주인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을 모으려 하고, 돈에 환장하려고 한다. 돈이 많은 것을 대변해주는 자본주의 사회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돈이 한 인간의 땀과 눈물과 한숨과 노동을 집약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부富는 하느님의 축복이지만 많은 이웃이 고통을 당하고, 굶주릴 때 그들을 외면하고 끝없는 욕심으로 축적할 때 그것은 ‘피’가 된다. « 만일 누가 가난하다면 다른 누군가가 더 차지했거나, 물려받았기 때문이고, 더 가진 이 몫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기 전까지는 도둑질한 물건으로 남는다 »고 교회의 교부들, 특히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가톨릭 교회는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이든 간에 많이 가졌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만큼 하느님과 이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가난 자체가 미덕도 아니고, 부유함도 그 자체로는 죄악이 아니다. 그리고 부자가 하늘 나라에 절대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내가 벌고 있는 돈들이 아무리 떳떳하고, 당당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돈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벌었으니,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네가 뭔데?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 보겠다는 데, 네가 뭔데?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필요한 말은 아마도 이런 말이 될 것이다. 개처럼 벌면, 개처럼 쓰기 마련이라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는 마음, 내가 번 돈들에 남의 땀과 남의 피와 남의 눈물이 함께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헤아리려는 마음, 그런 마음을 죽는 날까지 마음 속 깊이 새기고, 돈 쓸 때마다, 그런 마음을 다시금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매 순간 순간을 그렇게 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말이다.
오늘 복음 말씀은 소위 하느님 믿고 예수 믿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이 아니다. 사람으로 나서, 사람 냄새 풍기며 살다가 사람으로 죽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씀이다. 오늘 복음을 “나는 부자도 아니니까, 나와는 상관 없는 복음이구만” 하며 내 눈길을 돌리기보다는, 내가 재물에 대해서 어떤 태도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는지를 반성하는 계기로 오늘 복음을 대한다면, 분명 우리에게도 복된 소식, 기쁜 소식으로 다가 올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