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삼위일체 대축일 강론)

 

신앙인들의 의식주, 삼위일체

 

삼위일체 교리를 말로 설명하는 것도 머리로 이해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파악하거나 도달할 수 없는 계시 진리를 신앙의 신비라고 부르는데, 삼위일체는 신비 중의 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쉽게 삼위일체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그동안 물과 촛불 같은 것으로써 설명을 해왔습니다. 물은 화학기호로 H2O입니다. 그런데 물은 액체 상태이지만 수증기로 변하면 기체가 되고, 얼음으로 변하면 고체가 됩니다. 성분은 다 같지만 형태가 다른 것이지요. 또 촛불을 보면 눈으로 볼 때는 불꽃 모양이지만, 동시에 그 불꽃은 빛과 열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꽃과 빛과 열은 모두 형태는 다르지만 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설명은 머리로 이해가 가는 듯하지만 사실 이단입니다. 왜냐하면 삼위일체 하느님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격에 해당되는 삼위, 즉 세 가지 위격은 모두 다릅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성부가 다르고, 세상을 구원하신 성자가 다르고, 세상을 성화시키시는 성령이 제각기 다릅니다. 그러나 구원 경륜 안에서 이 세 가지 위격은 한 본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하느님이시면서 동시에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1+1+1=1입니다. 만일 이성으로 100% 이해했다면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삼위일체는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신앙의 영역 안에서 체득되는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세상 창조 이전부터 함께 계셨고, 구세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셨습니다. 먼저 창조주 아버지 하느님은 세상 창조와 구약의 역사를 주도하셨고, 구세주 외아들 하느님은 2천 년 전에 세상에 인간으로 오시어 당신의 십자가 죽음으로써 세상 구원을 완성하셨으며, 성화주 파라클리토 성령 하느님은 성자의 승천 후 교회 안에서 세상 종말 때까지 구원사업을 이끌어 오고 계십니다. 주도권은 시대마다 다르지만 삼위 모두가 함께 세상 구원을 위해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삼위는 서로 사랑하고 순종하며 일치를 이루고 있으니 바로 교회의 표상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창조주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사랑으로 창조하셨고 구원의 손길로 당신의 백성을 돌보셨으며, 때가 차자 당신의 귀한 외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주시어 속죄를 위한 희생 제물이 되게 하셨고,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 죽음과 부활로써 당신의 사명을 마치신 다음 승천하시어 이제 우리와 영원히 살기 위해서 당신의 영, 곧 협조자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아버지와 아들과 영은 각기 다르지만 본시 한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스토리를 압축해서 우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 삼위일체를 표방하여 서로 사랑 안에서 친교와 일치를 이루며 다양한 지체로 구성되어 있으나 한 몸 공동체를 이룹니다.

 

이제는 교리공부를 떠나 신앙생활의 삼위일체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인간 삶의 기본은 의식주입니다.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먼저 , 옷입니다. 신앙인이 입어야 하는 옷은 어떤 옷일까요? 사도 바오로는 신앙인이 입어야 하는 옷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주님 안에서 그분의 강한 힘을 받아 굳세어지십시오. 진리로 허리에 띠를 두르고, 발에는 평화의 복음을 준비하기 위한 신발을 신고, 무엇보다도 믿음의 방패를 잡으십시오. 악한 자가 쏘는 불화살을 그 방패로 막아서 끌 수 있을 것입니다.”(에페 6,10) 두 번째는 , 음식입니다. 신앙인이 먹어야 하는 가장 좋은 음식은 어떤 음식일까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 “나는 생명의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8) 세 번째, , 집입니다. 신앙인이 머물러야 할 가장 좋은 집은 어떤 집일까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서는 거처할 곳이 많다.”(요한 14,1-2) 여기서 하느님의 집이 무엇인지는 요한 서간이 밝히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는 것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7)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집에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사랑하고, 우리가 사는 집을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한 성가정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집에 사는 것이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영적인 의식주가 삼위일체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빛의 갑옷을 입고, 성자 예수님께서 주시는 성체를 받아 모시고, 성부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한 집을 만들어가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 미사를 거룩하게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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