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하느님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창조주이시며 하늘과 땅의 하느님, 그분의 말씀이자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하느님의 성령이 모두 한분 하느님이시라는 것이 오늘 우리의 신앙고백입니다. 삼위일체의 교리는 철학과 신학적 사유의 결과이기 보다는,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했던 첫 신앙인들의 신앙고백입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오늘 전례 독서와 복음은 아니지만,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여러분과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4 6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 이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은 한분이시지만, 하느님 현존의 세가지 차원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은 만물 위에 계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은 만물 위에, 만물 너머에 계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시야와 시선 너머에 계시고, 우리의 경험과 지혜 너머에 계시고, 우리의 능력과 성취 너머에 계십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으로 하느님을 다 알 수 없고, 우리의 말로 하느님을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은 절대적인 신비이시고, 우리가 그 신비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은 여전히 멀리 계시는 분이시고 숨어 계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만물을 통하여 계십니다. 멀리 계신 하느님이, 만물 너머에 계시는 하느님이 당신의 말씀을,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이 되어 오셨습니다. 인간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을 봅니다. 예수님의 치유를 통해 하느님의 충만하신 생명을 봅니다. 예수님의 용서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서 인간과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만납니다.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를 이끄시고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에게 은총을 주십니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세상 만물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을 건네시고,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시며,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용기를 불러일으켜 주십니다. 하느님은 만물을 통하여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 그분은 만물 안에 계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영을 보내시어 우리 위에 내리게 하시고,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 머물게 하셨습니다. 우리 자신이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할 때, 그 때 하느님의 영은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를 위로해 주시며, 우리를 변화시켜 주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과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당신 성령을 우리 안에, 만물 안에 머물게 하셨습니다.

만물 위에, 만물 너머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가, 당신 아들을 통하여 세상 만물을 통하여 우리와 함께 계시고, 하느님의 영으로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만물 안에 계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이자 아들이신 예수님도, 하느님이 보내신 하느님의 거룩한 영도 모두 하느님 아버지께로부터 나오는 한 하느님이십니다. 그래서 다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

오늘 우리 위에 계시고 우리를 통해 계시며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을 묵상합니다.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삶 전체를 감싸고 있는 하느님의 신비와 은총에 감사드리며,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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