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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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 대축일(나해, 2024년 5월 19일)강론>

계절의 변화도 참으로 신비스럽지만, 계절에 따라 변하는 대자연은 더욱 신비스럽습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죽었던 것처럼 보이던 나무 끝에 새잎과 꽃봉오리가 싹터 나오지만, 죽은 가지에는 새로운 생명이 싹틀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모든 생물에는 생명의 원동력이 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우리 인간도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우리 생명의 원동력이 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영혼’입니다.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교회의 생명력이 되고 영혼의 역할을 하시는 분이 계셔야 하는데 바로 천주 성령께서 이 역할을 수행하십니다. 이천여 년 전 오늘 성령께서 사도들 위에 강림하셨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에는 수도원을 비롯한 많은 성당에서 성령의 일곱 가지 은사와 아홉 가지 열매 뽑기를 합니다. 그래서 저희 토현성당에서도 제물 봉헌 때 성령은사와 열매 뽑기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이 태어난 날을 생일이라 하고, 회사가 설립된 날을 창립기념일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우리 천주교회 창립일은 언제일까요? 12월 25일이라고 대답하시는 분이 있습니다만, 12월 25일은 예수님 생신날입니다. 우리 교회 창립일은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그럼 왜 오늘이 교회 창립인일지 살펴봅시다.
 
가까스로 예수님 부활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기 시작할 즈음, 이제 예수께서는 하늘로 승천하시자 제자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웠을 것입니다. 이때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예수님이 약속하신 성령께서 불꽃 혀의 모양으로 사도들 위에 내립니다. 이때가 바로 부활 후 50일이 되는 오순절입니다.
이날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예수께서 떠나신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열정적으로 선포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성령의 은사를 받은 베드로 사도는 자신의 설교로 하루 만에 3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교 신자가 됩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믿는 백성들의 모임이라 부르는 교회가 이제 시작되었고, 이 교회의 창립일이 바로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초대교회를 탄생시키고 이끌었으며 지금까지 교회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 되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오늘날도 세례성사, 견진성사, 고해성사 등 모든 성사의 주체는 성령이십니다. 모든 성사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거행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드리는 미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변화 순간에 사제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이렇게 성령은 교회 탄생의 생명이고 교회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입니다. 이처럼 성령 안에서의 삶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합니다. 이 점과 관련된 한 인물이 생각납니다.

“돌이켜보면 이 환자들이 내게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의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 아닌가. 이렇게 귀한 일은 아무나 할 수가 없는 것이기에 나는 감사하고/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선종하신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선우경식 요셉, 원장님의 글입니다. 1969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선우 원장은 1973년 미국 유학 후/ 현지 유명 병원들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안받았지만 모두 뿌리치고 귀국합니다. 고국에 돌아온 뒤 의과대 교수로 잠시 근무했던 그는 1983년 당시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관악구 신림동에서 무료의술 봉사를 시작했고, 1987년 무료의원인 요셉의원을 개원합니다. 
그는 환자들은 돌보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그는 생전에 “요셉 병원을 맡아 1년만, 2년만 하겠다며 결혼을 미루다가 시기를 놓쳤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영세민,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등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집중 치료하며 이들에게 ‘슈바이처’로 불렸습니다. 그가 모든 것을 쏟아부은 요셉의원을 거쳐 간 이들은 약 42만 명에 달합니다.
그는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을 일생동안 실천하며 사셨던 분입니다. 마침내 그는 모든 어려움을 성령에 힘입어 승화시키고 이제는 예수님의 가장 사랑받는 천국의 사람이 되셨습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특히 의료문제로 혼란스런 오늘날 우리를 더욱 묵상하게 합니다.
우리 인간은 약해져 있을 때 기적과 신비로운 것을 바라기 쉽습니다. 또한 사회가 더 혼란스럽고 올바른 가치 기준이 흔들릴 때, 사이비 종교들이 난무하게 됩니다.

한편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성령의 은사로 표현되는 사적 계시에 대해서는 참 성령의 작용인지 아니면 악령의 작용인지 식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참 성령을 받은 사람은 용각산처럼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주님의 협조자로 오시는 이 성령강림 대축일에, 나에게 오신 성령의 은총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평화 속에서 기쁨과 용기를 지닌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도록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주님, 저희의 부족한 생각과 행동으로 당신 성령의 불길을 꺼버리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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