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중요한 건 6가지 판단 등급에서 초자연성 선언이 빠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교구가 초자연성을 선언한 뒤 교황청이 이를 부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새 규정 도입에 따라 오직 교황만이 예외적인 방식으로 초자연성을 선언할 수 있게 됐다고 안사(ANSA) 통신은 전했다.
교황청은 초자연적 종교 현상이라고 꾸며 이익을 취하려는 사기 범죄에서 신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이와 동시에 이러한 예외적인 현상으로 신앙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교황청은 이러한 상충하는 요구 속에서 초자연적 현상에 신중하게 접근하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이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새롭게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관련한) 모든 주장을 부정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며 "6가지 판단 등급은 성령을 통제하거나 억압하려는 뜻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성모 발현이란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초자연적 현상을 말하며 가톨릭교회는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난 성모 발현을 인정한다.
가장 유명한 곳이 포르투갈의 시골 마을 파티마다. 1917년 5월부터 10월까지 3명의 어린 목동 앞에 성모 마리아가 모습을 나타냈다는 곳으로, 바티칸에서 인정한 세계 3대 성모 발현지 중 한 곳이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로마 북부 브라치아노 호숫가에 있는 트레비냐노 마을에서는 피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상으로 순례자를 끌어모은 한 여성이 '돼지 피 조작 논란'에 휩싸이자 돌연 자취를 감추는 일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