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치 무게’

가톨릭부산 2024.05.16 11:49 조회 수 : 6

호수 2813호 2024. 5. 19 
글쓴이 송현 신부 
인생의 ‘가치 무게’


 
 
 송현 신부
가정사목국장
 
   통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1인 가구가 천만 세대를 돌파했으며, 혼인율은 하향곡선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는 전 세계 최저 기록이고, 출산율의 하락 속도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한국의 이런 기묘한 현실을 다른 나라에서는 해외토픽으로 다룰 정도입니다. 그간 정부는 초유의 저출생과 낮은 결혼율에 수백조 원을 투입했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정책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주목할 만한 설문 결과가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전 세계 17개 선진국 성인 19,0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이 인생을 의미 있게 하나요?”(What makes life meaningful?) 하고 질문했습니다. 전체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인생의 최고 가치는 1위 ‘가족’, 2위 ‘직업’, 3위 ‘물질적 풍요’였습니다. 국가별 응답을 보더라도 전체 17개국 중 15개국에서 1위로 꼽은 것 역시 ‘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17개국 가운데 유독 한 국가만이 ‘물질적 풍요’를 1위로 언급한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국인은 삶의 최고 가치로 ‘물질적 풍요’를 지목했고, 두 번째는 ‘건강’, 세 번째가 ‘가족’이었습니다. 이러한 한국인의 답변은 국민 1인당 명품소비액 세계 1위, 위스키 판매량 세계 1위, 총인구 대비 출국률 세계 1위, 슈퍼카 판매 아시아 1위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가족’이 ‘물질적 풍요’보다 우선하는 반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가 ‘가족’을 선행하고 있습니다. 상위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하위 가치를 희생시키고 해리하고 포기하게 마련입니다. ‘물질적 풍요’를 최상의 가치로 추구하는 한국인은, 하위 가치인 ‘가족’과 ‘출산’, ‘결혼’과 ‘가정’을 자연스레 등한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 세대에 사치품이던 것이 필수품이 된 한국 사회에서, 소비는 늘었지만 마음은 가난해졌고, 소유는 많아졌으나 고귀한 가치는 줄었습니다. 통신은 발달했지만 소통은 어려워졌고, 집은 커졌으나 가족은 적어졌습니다. 그리고 돈을 버는 법은 배웠지만 가정의 소중함은 잊어버렸습니다.
 
   ‘물질적 풍요’라는 가치는 대상을 소유함으로써 만족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갈구하면서 만족감을 얻습니다. 하나를 거머쥐고 나면 또 다른 소유욕이 샘솟아 지속적인 ‘욕구 상태’에 놓입니다. 그래서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라는 올림픽 슬로건이 운동경기장 밖에서도 일상을 휘감게 됩니다. 사실상 ‘물질적 풍요’를 줄여야 그 가치에 매몰됐던 시간과 열정, 관심과 능력을 비로소 다른 가치에 할애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물질적 풍요’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내재적 가치’가 아니라 다른 가치를 위한 ‘수단적 가치’에 불과합니다. 자신을 움직이는 생의 ‘가치 무게’는 스스로가 부여하기 때문에 우리 삶은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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