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승천 대축일(나해, 2024년 5월 12일) 강론
오늘부터 우리 교회의 전례력은 4주에 걸쳐 연속으로 대축일을 맞게 됩니다. 예수 승천, 성령강림, 삼위일체, 성체성혈 대축일, 이러한 일련의 대축일은 하느님의 구원사업이 우리에게서 완성되어 가는 예수님 부활이후의 구체적인 사건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예수님의 부활과 성령의 강림 사이에 놓여있는 예수승천 대축일입니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40일간이나 여러 차례 발현하시고 제자들에게 부활의 의미를 가르치며 그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불어넣으신 후 오늘 마침내 제자들의 곁을 떠나 하늘로 오르십니다. 그리고 종말의 날 모든 사람들을 위해 다시 재림하실 때까지는 돌아오지 않으실 것입니다.
이처럼 스승을 잃었다가 부활을 통해서 다시 만나 그 기쁨을 누린지 40일이 지난 후, 제자들은 또다시 스승과 작별을 하게 된다면, 오늘의 축일은 기쁨보다는 오히려 슬픔에 찬 축일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층계송을 비롯한 전례들은 부활축제보다도 더 환희와 희망에 차 있는 것은 어찌된 일입니까?
희망과 관련된 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머니, 저는 한순간도 어머니를 잊어본 적이 없어요.” 외국으로 입양을 갔다가 20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 공항에서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한 말입니다. 어머니는 살림이 어려워 도저히 많은 자식들을 다 부양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어린 아들을 미국에 입양시켜야 했습니다. 자식을 먼 이국땅으로 보냈다는 미안함에 어머니는 아들을 붙잡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이제는 훌쩍 커서 대학생이 되어 돌아온 아들은 어머니에게 손때가 묻어 닳아버린 작은 돌과 10원짜리 동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미국으로 떠날 때 어머니가 고국과 어머니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아들의 손에 쥐어 준 것이었습니다. ‘힘이 들 때 이 돌과 동전을 보며 매일 어머니를 생각했다.’라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통곡했습니다. 다섯 살 어린이가 이국땅에서 언젠가는 다시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외로움과 고통을 이겨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그처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만 있다면 용기를 갖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주님의 승천은 우리 삶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가르쳐 주는 사건입니다. 또한 동시에 우리에게 영원한 희망을 보증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승천은 하느님의 영광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이며 부활의 완성과 같은 것입니다. 주님 승천의 가장 큰 의미는 주님께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열었고 우리에게 특별한 희망을 선물로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사도들과 같이 우리도 주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면서 주님 승천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것은 분명 하나의 끝을 의미합니다. 이제 눈으로 직접 뵈옵는 믿음과 신앙은 끝나고, 그 대신에 시간과 공간을 영원히 초월하시는 주님과 대화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주님의 승천은 하나의 시작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목격한 제자들은 실망하고 의기소침하여 떠나간 것이 아니라, 크게 기뻐하며 희망을 안고 그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바야흐로 기쁨의 생활이 시작된 것입니다. 주님 승천을 목격한 제자들은 이제 땅 끝에 이르기까지 주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 복음선포에 앞장 설 것입니다. 그 내용이 바로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입니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주님께서 세상에 살아 계심을 증거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때때로 우리에게 좌절과 상처를 안겨 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신앙인은 어떤 경우에도 세상에 희망의 메시지를 외쳐야 하고 그 희망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하리라는 영원한 희망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활을 믿는 이들은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청각장애, 시각장애, 언어장애라는 삼중의 장애를 극복했던 헬렌 켈러 여사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묵상하게 합니다.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들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대게 닫힌 문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문을 보지 못한다.”
형제자매 여러분, 비록 우리의 일상이 내 마음대로 잘되지 않고 힘든 나날들이 반복된다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오늘 예수님의 승천을 통하여 우리 자신도 언젠가는 천상영광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쁨과 희망으로 세상 안에서 왜 그리스도인이 되면 기쁘게 살고 희망에 넘쳐 지낼 수 있는가를 직접 보여줍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마지막 말씀인 이 선교사명은 우리의 생각이나 말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파견된 자로서 일상 속에서 행동으로 복음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