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성소주일, 나해 2024년 4월 21일)강론>
오늘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응답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성소(聖召) 주일입니다.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어떤 직분으로 부르심을 받았든지 자기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신앙인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즉 가정, 교회, 사회 속에서 기도하고 선교하며 봉사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성실히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새롭게 다짐하고 봉헌하는 주일입니다.
저는 오늘 성소주일을 맞이하면서 하느님께서 인간을 부르시는 다양한 길들에 대해서 묵상해보았습니다.
산에 오르는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고 저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길을 택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하나하나 너무 잘 아십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맞는 길이 혼인인지, 수도자인지 성직자인지 무엇인지 아시고 그 길을 가도록 초대하십니다. 이것을 성소라고 합니다. 성소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어떤 사람은 정치가로서, 어떤 사람은 사업가로서, 또 어떤 사람은 가정주부가 되고 어떤 사람은 수녀님이나 사제가 되도록 부르십니다. 요즘 아이들의 꿈 중 가장 많은 것이 연예인이 되는 것이라 합니다. 인기도 있고 돈도 많이 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연예인이 될 수 없고 연예인이라고 해서 다 부자이고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각자에 맞는 길을 찾아야합니다. 무조건 공부만 시킨다고 잘되는 것이 아닙니다. 혹 하느님께서 나의 자녀에게 다른 무엇을 원하고 있는데 부모님들은 자녀를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되도록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돈 많이 벌고 결혼해서 좋은 가정을 꾸려야 행복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생각은 틀릴 수 있습니다.
신자들 또한 그나마 자녀가 사제가 되겠다면 받아들이지만 수녀님이 되겠다고 하면 반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수도자 생활이 너무 부자유스럽고 구속받아 힘들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의 수녀님들과 결혼한 자매님들 중 다시 태어나도 그 길을 가겠다고 묻는다면 수녀님들이 결혼한 자매님들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사제나 수도 성소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그 길이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여 주님께서 불러주셨음에 감사해해야 하고 또한 결혼 성소로 불러주셨으면 그것에 감사하며 살면 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나를 주님께서 어떤 길로 불러주시는지 잘 깨닫고 그것을 깨달았다면, 믿고 그 길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의 윤리관은 어떤 일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더욱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더라도 그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거나 잘못되었다면 문제가 되지만 비록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지만, 그 과정이 올바르고 정의로웠다면 칭찬받아야 하는 것이 가톨릭교회의 윤리관입니다.
이렇게 주님께서 불러주시는 길은 다양하지만, 그 목적지는 유일하게 하나입니다. 이것이 공통 성소입니다. 공통적으로 한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입니다. 그 목적지란 하느님 나라, 즉 천상행복입니다.
예수님은 착한 목자로서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부르심을 받고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시어 하늘로 승천하셨습니다. 목숨을 바치지 않으셨다면 부활하지도 승천하지도 못하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부르심에 어떤 고통이 따를지라도 자신의 성소에 목숨을 걸 정도로 최선을 다할 때 참 신앙인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야곱의 열두 아들 중 요셉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였고 다른 형제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았습니다. 형제들은 처음엔 그를 죽이려고 하다가 이집트로 가는 상인에게 팔아넘겼습니다. 그는 한 부잣집의 종들 중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지만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나 꿈을 해석하면서 다시 파라오의 신임을 받고 재정담당 장관이 됩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기근으로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그들이 이집트에 있던 요셉을 찾아왔을 때 요셉은 그의 가족 전체를 자신의 덕분으로 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온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요셉에게 그 많은 고통을 겪게 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아직도 이 세상은 그리스도와 하느님의 사랑을 필요로 하고 생명의 길을 가도록 도와주어, 풍성한 결실을 맺어야 할 곳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여러분의 가정은 가장 중요한 성소의 못자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모범된 성가정에서 훌륭한 성직자, 수도자가 나오고 존경받는 인물이 배출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토현성당 가정의 구성원들도 자신이 받은 성소에 따라 주님의 좋은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고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