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의 의미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고 성소주일입니다. 성소란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 그리스도인의 사명, 이 모두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의한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인이라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하여 사는 삶이라는 뜻입니다. 오늘 성소주일을 맞이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해 함께 묵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째로,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부르십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그 때 그 당시에는 느낄 수 없고 몰랐었지만 돌아다보니 그 때 하느님이 우리 자신을 이끌어 주셨음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실상 우리 삶의 가장 깊은 곳에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하느님이 우리 안에서 활동하십니다. 우리가 신앙인이 된 과정은 다양한 계기와 동기들의 결과이겠지만, 근본적으로 다양한 계기와 동기를 통해서 하느님이 우리를 불러 주셨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내 삶을 계획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내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나의 계획과 실행 너머에서 하느님의 부르심과 보살핌이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이런 저런 봉사를 하고, 이웃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우리 마음의 뒤에는 하느님이 부르심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마치도 오늘 복음에서 양들이 아버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잠깐 바오로 사도의 부르심에 대해서도 묵상해보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던 사람이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눈이 멀어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서 주님의 자녀로 주님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게 됩니다. 바오로는 자신을 신앙인으로 또 사도로 이끌어주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 한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과도 같이, 우리 자신이 신앙인이라는 사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이 모두가 하느님의 부르심,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살고 있습니다.

둘째로, 오늘 성소주일을 맞아 특별한 부르심에 대해서도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신앙인으로 부르심 받고 사는 사람이지만,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나라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수도자, 평생을 하느님 백성에 대한 헌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제가 그들입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인 베네딕도와 프란치스코, 이냐시오가 이러한 특별한 부르심에 충실했던 분이었습니다. 이들의 삶이 교회를 쇄신하고 신앙인들에 대한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들의 삶과 기도의 모범이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으며, 우리의 영혼을 아름답게 또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 성소주일에 수도자와 사제들이 자신이 받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더욱 깊이 깨닫고 그 부르심에 더욱 충실하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의 방식을 따르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더욱 많아지도록 함께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성소주일에 우리의 부르심에 대해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의한 것임을 깨닫고, 또한 사제와 수도자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을 더욱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기도와 청원을 모아,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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