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부활 제2주일 하느님 자비 주일)

 

샬롬!

 

히브리어 샬롬은 평화가 너희가 함께!’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우리 말 평화(平和)는 평등할 평에 화목할 화입니다. 그런데 자를 잘 보면 쌀 자에 입 자를 합친 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평화란 공평하게 밥을 나누어 굶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것이라는 뜻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이 없이 태평성대를 이루어야 하고요.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평화, 즉 샬롬은 그 뜻이 다릅니다. 보통 샬롬은 일상적인 히브리식 인사말입니다. 우리로 치면 안녕하세요? 편안하십니까? 식사는 하셨습니까? 반갑습니다.’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샬롬하고 말씀하신 것은 보통의 인사를 뛰어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는 총 3번 등장합니다. 세상의 평화와 주님의 평화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첫 번째, 주님의 평화는 아무 문제 없이 그저 평온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풍파를 이겨내고 얻는 내적 고요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십자가 처형 전의 멀쩡한 몸으로 나타나시지 않았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은 여전히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이른바 십자가 오상을 그대로 지니신 채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수난과 죽음을 전제하듯이, 주님의 평화 역시 상처를 전제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자신의 상처를 지우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다 보면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 상처를 극복하고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갔을 때 우리는 상처를 뛰어넘어 진정한 평화를 만납니다.

 

두 번째, 주님의 평화는 성령으로 인하여 두려움이 사라지고 더 믿음이 굳건해지는 평화입니다. 제자들은 자신들도 죽임을 당할까 봐 문을 꽁꽁 닫아걸고 숨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주님께서 발현하셔서 숨을 불어넣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성령을 우리는 팔라클레토스라고 부릅니다. 즉 보호자, 변호자, 위로자, 협조자 등으로 번역되는 말입니다. 그러나 원뜻은 동반자이십니다. 동반자이신 그분의 영이 우리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진리를 깨닫게 해 주십니다. 성령 안에 머무는 사람은 모두 부활하신 주님을 분명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토마스 사도는 처음에는 믿지 못하였지만 나중에는 주님을 뵙고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하고 신앙고백하게 됩니다. 육안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제2의 토마스 사도인 우리는 더 이상 육안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뵈올 수는 없지만 성령 안에서 이제는 보지 않고도 믿는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세 번째, 주님의 평화는 그리스도로부터 우리가 용서를 받고, 우리 또한 다른 사람을 용서해 줌으로써 얻는 평화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이유는 제자들을 용서하시기 위해서입니다. 배신자였다던 그들을 용서하시고 오히려 사도로 파견하십니다. 그리고 심지어 사죄권까지 허락하십니다.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용서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를 입고,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 자비 주일입니다. , 그림을 보십시오. 1931년 폴란드 수녀원에서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현현하신 주님께서 그리도록 명하신 성화입니다. 그림에서 흰 광채는 영혼을 깨끗이 하는 물의 상징이고, 붉은 광채는 영혼의 생명을 살리는 피의 상징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늑방에서 물과 피를 흘리셨다고 하지요. 1931년은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의 사이에 있는 시간입니다.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나타나신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자비를 강조하셨는데, 전쟁과 학살로 얼룩진 이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가 더 절실히 요청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이 세상에는 하느님의 자비, 용서가 필요합니다. 여전히 우리는 분노하고 증오하며 반목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이 미사 후에 레지오 단원들은 성지순례를 떠납니다. 오랜만에 나들이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의 메시지대로 살고 있느냐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평화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지 순례 중에 묵상하며, 오늘 하루는 그동안의 과오와 미움을 다 잊어버리고 더 일치하고 용서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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