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팔일 축제 기간의 레지오 마리애 훈화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들은 주님 안에서 죽고 주님과 함께 부활하여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은 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주님 부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하기에 바오로 사도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바로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백화점 야채 코너보다 재래시장의 채소 난전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다듬어져 하얀 살을 내보이는 정돈된 야채에 비해 재래시장에 펼쳐진 봄나물이 더 다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엉클어져 자유롭고 편안함이 봄기운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봄나물에서 지난겨울 부산하게 맨몸으로 땅을 뚫고 올라온 흔적이 보이는 듯하여 애착이 갑니다. 거친 흙을 뚫고 올라온 연한 줄기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닮은 것 같아 행복합니다. 나물의 새순들이 땅속에서 딱딱한 흙을 뚫고 나오는 것을 지레 포기했다면 생의 향기는 기대할 수 없고 땅속에서 썩고 말았을 것입니다. 봄나물은 생명이 있어 엷은 향이 우러나옵니다. 된장을 풀어 끓인 달래와 냉잇국은 저장된 음식의 입맛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 좋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절망이 희망의 향기로, 죽음은 생명의 향기로 다가왔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부활의 메시를 이렇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여자들이 두려워 얼굴을 땅으로 숙이자 두 남자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이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메시지입니까! 부활이 있기에 내일이 있고 부활이 있어서 살맛이 납니다. 봄나물이 봄의 향기를 전하듯 부활의 소식은 삶의 향기를 전합니다. 부활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이번 부활을 맞이하여 우리 삶이 이웃들에게 희망과 새로운 생명의 향기를 전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부활축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