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그리스도 우리의 빛!

 

 

, 드디어 부활절입니다. 보나 파스카! 원래 부활 대축일은 초대 교회 때부터 밤샘 전례를 하고 새벽에 마치는 것인데, 우리는 약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빈 무덤이 발견된 시간이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이라고 했으니 부활의 시점이 새벽 3시에서 6시까지 여명의 시간인 것이지요. 아무튼 우리는 단축된 전례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늘 독서도 7독서 중에 3개만 했고요. 그래도 중요한 독서의 핵심 메시지는 짚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순수 말씀만으로 천지를 창조하십니다. 오늘 우리도 전례 중에 하느님 말씀으로 그분의 자녀로 새롭게 창조됩니다. 천지 창조의 과정을 보면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입니다. 창조주께서는 무엇보다도 혼돈의 우주에서 어둠을 밝히는 빛을 제일 먼저 창조하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 역시도 빛의 예식을 통하여 참된 빛이신 그리스도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빛으로 혼돈의 소우주인 내 안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한편 오늘 제3독서 탈출기에서 해방자이신 야훼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하여 이집트 노예살이하던 당신의 백성을 갈대바다를 건너게 하심으로써 억압과 고통에서 탈출시키십니다. 오늘 우리 역시도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따라 죄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자유와 생명으로 넘어갑니다. 구약의 파스카 사건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라는 새로운 파스카로 그 완성을 이루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제7독서 에제키엘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를 통하여 패망국 이스라엘이 바빌론 유배에서 풀려나서 고향으로 되돌아오게 됨을 예고하십니다. 이제 귀향살이가 끝나는 날 우리는 새 마음과 새 영으로 참된 하느님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천국 본향으로 가기 위한 귀향살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금방 우리가 들은 서간경도 오늘 파스카 성야의 뜻을 밝혀줍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압니다. 우리의 옛 인간이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죄의 지배를 받는 몸이 소멸하여, 우리가 더 이상 죄의 종노릇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부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릇된 자아를 죽여야 합니다. 그것을 교회 용어로 죄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이미 세례 때 서약했습니다. 나의 죄를 죽이고 그리스도의 생명을 선택하겠다고 말입니다.

 

따라서 파스카 성야는 죄의 노예살이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넘어가는 우리 신앙인들의 축제인 것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것을 축하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주님과 함께 파스카, 즉 죽음과 어둠의 상태에서 생명과 빛의 상태로 넘어가야 합니다. 오늘 밤 복음은 빈 무덤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따라서 부활의 과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빈 무덤은 더 이상 주님께서 죽음의 영역에 계시지 않고 당신의 육신과 함께 새로운 생명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천사들의 증언대로 제자들은 갈릴래아, 즉 삶의 현장에서 스승을 다시 만날 것입니다. 부활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상을 넘어서는 부활의 신비는 우리 삶 안에서 체험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그분이 안 계시는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우리 안에 계시고, 지금도 나와 함께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믿음 안에서, 희망 안에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가능합니다. 오늘 밤 지금 여기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을 따라 생명의 삶을 살아내려는 우리들 가운데도 분명히 살아 계십니다. 이렇게 기쁠 때 우리는 축하의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알렐루야! 이제 부활하신 주님을 영접하기 위하여 내 안의 어둠을 몰아내도록 합시다. 내 죄를 죽이도록 합시다. 아직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습니까? 아직도 집착과 욕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내가 만들어 놓은 아성에 갇혀 있습니까? 아직도 세속과 욕망에 사로잡혀 선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까? 이제 용서하십시오. 이제 벗어나십시오. 이제 사랑하십시오. 그래야 참으로 살 수 있습니다. 내가 죽지 못하면 진정 살 수 없습니다. 우리도 내 안의 빈 무덤을 만들어야 합니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시체가 있는 무덤에서 나와 자유와 생명의 나라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제 죽음을 쳐부수고 부활하신 주님을 따라 우리도 부활의 삶에 동참하도록 합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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