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깨달음

인생을 살다 보면, 이전에 모르고 그냥 지나쳐왔던 일들이 일순간에 이해가 되고 해명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 겪었던 어떤 일이 과거에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는가 하면, 지난 과거를 다시금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수도 있으며, 그래서 지나간 과거가 마냥 지나간 것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내가 자식을 낳고 키워보니,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이 다시 느껴지기도 하고, 어머니의 그 말씀과 행동을 그때는 이해못했는데 지금 이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이미 지나가버리고 종결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새롭게 펼쳐지게 됩니다. 과거의 어머니가 이해되고 과거의 내가 새롭게 해명됩니다. 과거는 과거로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있고, 오늘은 과거를 참으로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미래는 오늘 여기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냥 넘어간 일들을 새롭게 해명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눈으로 볼 때 오늘 나의 삶은 더 깊이 이해되는 법입니다.

주님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더라도 제자들 역시 주님께서 부활하실 것이라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무덤이 비어있고, 예수님의 시신을 싸고 있던 아마포가 잘 개켜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누군가가 주님의 시신을 훔쳐갔다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사랑하신 제자도, 베드로 조차도 빈무덤의 의미를 완전히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아직 어두울 때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자들은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직전의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나서는 새로운 일들이 펼쳐집니다. 오늘 복음의 다음 구절부터는 마리아를 시작으로 해서 주님의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일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나서야,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의 참다운 의미를, 주님께서 왜 그렇게 고통스럽게 십자가에 매달리셨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만나고 나서야, 제자들은 자신들의 지난 과거가 이해되고 자신들의 삶이 해명되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나서야 제자들은 주님의 부활에 압도되고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나서야 참다운 평화를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생물학적으로 의학적으로 입증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주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십자가에서 죽었던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주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주님 부활의 눈으로 내 삶의 의미와 내 인생의 신비를 깨닫게 되는 사건입니다. 오늘 있었던 어떤 일로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와 나의 관계가 새롭게 이해되고 내 삶이 새롭게 해명됩니다. 마찬가지로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을 깨닫게 되고 더 나아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될 때, 내 인생은 새로운 의미와 가치로 충만하게 됩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온갖 어려움과 고통이 주님 부활의 눈으로 이해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내가 당하는 억울한 일들을 통해 주님이 나를 어디로 이끄시는지, 주님 부활의 눈으로 이해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 내가 가지고 누리는 모든 것들이 주님 부활의 눈으로 판단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부활로 우리의 삶을 감싸고 있고 우리의 인생을 떠받치고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부활은 우리 인생의 깊은 신비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오늘 특별히 세례를 받는 이들이 주님 부활로 인생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마음 깊은 곳에서 주님의 평화로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와 갈망을 모아,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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