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지내며 우리는 일 년 중 가장 거룩한 주간인 성주간(聖週間)을 지내고 있습니다. 이 한 주간에 우리는 단순히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하여만 묵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절정을 묵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체험된 신앙만이 우리의 삶을 바꾸어 주님을 닮게 하고 또 주님과 같은 사랑으로 이웃들을 대할 수 있기에, 이 성주간을 지내며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얼마나 체험했는지 우리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중세의 한 성자의 이야기가 우리의 신앙을 일깨워 줍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참새들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날은 찌푸린 하늘에 몹시 추운 날씨였고, 땅 위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습니다. 나는 문밖에 나가 곡식을 한 움큼 쥐어서는 참새들에게 뿌리고 참새들이 와서 주워 먹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참새들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 멀리 앉아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면서도 두려워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참새들이 날 신뢰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거기 앉아서 참새들을 쳐다보며 기다리는 동안에 차츰 하느님의 마음을 전보다 더 분명히 깨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위하여 여러 가지를 주시고, 계획을 세우시고, 기다리시며, 우리들이 하느님의 놀라운 뜻과 계획과 사랑과 은혜와 능력과 영광과 기쁨들을 받아들이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을 뿐만이 아니라 십자가의 죽음까지도 받아들이게 하시어 우리를 죄에서 해방하시고 당신의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위 이야기의 참새들처럼 아직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느님께 다가가기를 주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은 아무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우리를 받아들이며 사랑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용기를 내서 주님께 나아가며 우리의 사랑을 고백해 보십시오. 탕자를 아무 말 없이 품에 안고 잔치를 베풀어주셨듯이, 우리도 주님의 사랑과 주님께서 주시는 부활과 새로운 생명의 기쁨은 누리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