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벌써 사순 제5주간, 성주간도 이제 한 주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사순 시기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점검해 볼 때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처럼 “땅에 떨어져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얼마나 살아 있습니까? 밀알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려고 바둥거리면, 한 알 그대로 남습니다. 아무런 결실도 없이 그야말로 “외톨이”가 되어 홀로 남아 뒹굴다가 결국에는 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지나가는 수레바퀴에 밟혀 으깨져 버리기 쉽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눈앞에 보이는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희생은커녕 양보조차 조금도 하지 않고 살려다 보면, 결국 그런 인생에서 남는 것은 ‘공허함’뿐일 것입니다.
큰 가시고기의 부정은 유명합니다. 큰 가시고기는 둥지를 짓는 유일한 물고기라고도 합니다. 암컷은 둥지에 알을 낳고 떠나갑니다. 그러면 수컷은 알 냄새를 막기 위해 수풀과 돌들로 방어막을 칩니다. 그리고 수천 개에 해당하는 알들을 일일이 뒤집어 주고, 지느러미로 계속 부채질해 주고 알을 훔치러 온 녀석들과 싸웁니다. 그래서 먹지도 않고 잠을 자지도 않습니다. 사흘이 지나면 부화가 시작됩니다. 먼저 깨어난 새끼들을 돌보고 늦게 깨어나는 고기들을 위해 계속 지느러미로 산소를 공급해 줍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몸은 푸른색으로 변하고 지느러미는 갈라져 더 이상 물에 뜰 수 없게 됩니다. 새끼를 모두 탄생시킨 5일째 아비 물고기는 힘이 빠져 가라앉아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러면 새끼들이 아비 가시고기의 살을 먹으며 바다로 나갈 힘을 얻습니다.
암(癌)이 무서운 것은 세상에서 자기만 위해 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죽지도 않고 자기만 살려고 다른 생명을 죽입니다. 그것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삶입니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자기에 대한 사랑은 죽음의 시작인 반면, 하느님과 만인에 대한 사랑은 생명의 시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남은 사순 시기 주님의 말씀대로 우리도 땅에 떨어져 죽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우리와 우리 이웃에게 삶의 희망이 되는,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부활의 증인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주님께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