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사순 제5주일 훈화)
금욕과 극기
“금욕과 극기란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사실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비우는 행위이며, 그분의 삶을 좀 더 온전히 나누어 가짐을 의미한다. 이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또한 그분의 뜻에 따라 다른 이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이 단련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교본 310쪽)
이제 사순시기도 막바지로 가고 있습니다. 참 시간이 빠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순시기는 부활 대축일을 앞둔 전례 상의 특정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정신은 연중 내내 실천되어야 할 신앙인들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현대 문명은 소비와 소유를 지향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질이 주는 편리함과 즐거움은 사실 우리 신앙인들에게 많은 유혹과 죄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금욕과 극기를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종교적 수행의 가치가 현대인들에게는 불편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비가 미덕이고 부가 축복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이 금욕과 극기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본은 금욕과 극기의 의미가 불편과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착오적이고 케케묵은 교회 전통이 아니라 영성적으로 얼마나 우리에게 유익한지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즉, 금욕과 극기는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기 위해 자신을 비우는 행위라고 합니다. 사실 포만한 상태에서 기도에 집중하기 힘듭니다. 마찬가지로 물질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세상일로 분주한 우리 안에는 주님께서 들어오실 자리가 없습니다. 한편 교본은 금욕과 극기가 다른 이들을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을 단련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금욕과 극기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금욕과 극기를 통해 애덕 실천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선, 희생, 봉사 같은 애덕 실천은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단련하듯이 매일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단련을 게을리하면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이제 한 주 뒷면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사순시기의 절정이고 완성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금욕과 극기를 통해 기도와 선행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성주간 동안 어떤 결실을 맺을 지 다짐해 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