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

모세의 탈출 여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서 최종 완성된다.”

모세의 이집트 탈출과 예수 그리스도의 새 탈출 비교

이스라엘 백성을 이끈 야훼의 천사(탈출 23,20)

먼저 온 사자 세례자 요한(마태 11,10; 마르 1,2; 루카 7,27)

광야 방랑 40, 모세의 40일 단식(신명 9,9)

광야에서 단식하며 보낸 유혹의 40(마태 4,1-2; 마르 1,13; 루카 4,1-2)

시나이 산 현현 또는 모세의 얼굴 변화(탈출 34,29-35)

예수의 영광스러운 변모(마태 17,1-9; 마르 9,2-10; 루카 9,28-36)

파라오 딸에게서 구해지는 모세(탈출 2,1-10)

헤로데의 손을 피해 이집트로 피난 가서 생명을 구하는 예수(마태 2,13-21)

모세의 율법

새 모세 예수, 새 토라 복음(마태 5,1-7,29)

시나이 계약(탈출 24)

새 계약(루카 22,20; 1코린 11,25; 참조 히브 8,7-13;9,15-22)

시나이 계약 후 공동 식사(탈출 24,11)

최후의 만찬(성체성사)

파라오 속박으로부터 떠남(탈출: exodos)

세상에서 떠남(탈출), 곧 예수의 죽음 말함(루카 9,31; 2베드 1,15)

마싸와 므리바의 물(탈출 17,1-7)

예수께서 생명의 물(요한 4,14; 7,37-38; 19,34)

만나(탈출 16)

예수께서 하늘의 빵(요한 6,30-58)

불기둥(탈출 13,21-22)

예수께서 세상의 빛(요한 8,12)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요한 8,31-36; 1요한 3,8)

파스카 양(탈출 12,21)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 묵시 7,17)

파스카=건너감, 뼈를 부러뜨리지 말 것 (탈출 12,46)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감”(요한 13,1) “뼈가 부러지지 않음”(요한 19,36)

바오로 사도의 예형론

모세

새 모세, 그리스도(1코린 10,1-10)

갈대 바다를 건너 구원되는 것

세례성사

만나와 바위의 물

성체성사

구름 기둥

성령 암시

시나이산

천상 예루살렘(히브 12,18-24)

하느님의 백성(탈출 19,6)

교회(1베드로 2,9-10)

밖의 , 밖으로 나간 사람들(아브라함 순례: 우르-하란-가나안)

 

야훼는 작은 백성을 선택한 신이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은 가난한 가정과 함께 변방을 떠돌았다. 야훼는 스스로 성읍(도시국가)이나 성전에 거했던 적이 없다. 다윗이 그의 하느님에게 집을 지어 드리고 싶다는 의향을 밝히자 그의 신이 나탄 예언자를 통해 이런 말씀을 드렸다.

 

주님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나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데리고 올라온 날부터 오늘까지, 어떤 집에서도 산 적이 없다. 천막과 성막 안에만 있으면서 옮겨 다녔다. 내가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과 함께 옮겨 다니던 그 모든 곳에서, 내 백성 이스라엘을 돌보라고 명령한 이스라엘의 어느 지파에게, 어찌하여 나에게 향백나무 집을 지어 주지 않느냐고 한마디라도 말한 적이 있느냐?”(사무엘기 하권 75~7)

 

아브라함은 인생의 말년에 온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떠났다. 그는 평생을 떠돌다가 가나안 땅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이사악과 야곱도 한 성읍에 오래 머무른 적이 없다. 그들은 평생 가나안 땅을 떠돌다가 결국 요셉 대에 서쪽 끝인 이집트로 이주했다. 모세는 백성 전체를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를 유랑했다. 그러나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잠시 예루살렘의 신이 되었다. 하지만 나라가 망하자 이번에는 동쪽 저 멀리 바빌로니아로 유배를 갔다. 야훼 하느님은 다시 백성과 떠도는 신이 되었다.

 

구약성경의 야훼는 신약성경 예수의 모습과 정확히 겹친다. 예수도 작고 비천한 출신인 제자들과 함께 끊임없이 길을 나섰다. 어느 한 곳에 앉아 터를 잡고 건물을 크게 올린 다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방식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예수는 늘 길에서 가르쳤고 그의 제자들도 전도 여행을 활발히 했다. 예수의 제자들이 남긴 문서는 성전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여행 중에 길 위에서 쓴 편지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작고 가난한 이들을 선택하고 그들과 동행한 것이 야훼와 예수의 공통점이다.

 

Exodus, 밖으로 나가는 길

 

하느님은 대제국 도시국가의 신이 아니라 변방(=광야, 가나안)의 신, 지배계급의 신이 아니라 피지배 계급의 신, 부유한 사람들의 신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신, 맏이가 아니라 막내의 신이다. 이집트인들이 히브리인들을 경멸했는데, 히브리라는 말은 하피루혹은 하비루에서 왔다. 이 말은 쫓겨난 사람들, 달아난 노예들, 부랑인, 밑바닥 사람들을 뜻한다. 성조사에 이어지는 이집트 탈출 사건에는 한 사회의 가장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히브리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사건을 엑소더스(exodus)라고 한다. ‘밖으로 나가는 길곧 탈출(脫出)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모세는 종살이의 안락함이 보장되고 풍요로웠던 이집트 사회 안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해결책을 찾았다.

 

탈출기의 주인공은 모세가 아니라 모세가 섬기는 신이다. 창세기에서 우리는 신전 없이 유랑하는 가난하고 작은 백성의 신을 보았다. 탈출기에서 이 신은 백성을 위해 내려와 직접 싸운다.(10가지 재앙)

 

이집트는 고대근동에서 가장 화려한 문명을 피웠다. 경제든 군사력이든 인구든 학문이든, 모든 면에서 주변을 압도하는 제국이었다. 그에 비하면 야훼 하느님은 변방의 신이자 광야의 신었고 변변한 도시나 신전도 갖지 못한 신이었다. 그를 믿는 백성은 이름 없이 광야를 떠돌다가 간신히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며 연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작은 신이 파라오(임금 스스로 최고의 신이라 칭함. per-aa는 큰집, 궁전이라는 말)를 이기고, 그것도 압도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모세의 신은 독특하게도 아래변방으로 찾아왔다.(이 점은 그리스도의 가난하고 비천한 강생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이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탈출기 37)

 

고대근동 세계의 신들 가운데 고통스러워 울부짖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종들의 소리를 듣고 불쌍히 여기는 신은 야훼가 유일할 것이다. 그 야훼께서 대제국들의 신들을 모두 패배시켰다.

 

현대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탈출기 주석>

*야곱과 함께 저마다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들어간(1,1): 탈출기의 첫 단어는 그리고란 뜻의 접속사 이다. 이 단어로 창세기와 탈출기는 자연스럽게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야곱 집안이 이집트로 이주할 때 식수는 모두 70명이었다.(창세 46,8-27) 그들은 모두 야곱의 몸에서 난”(직역: 야곱의 허리에서 나온) 이들인데, 야곱의 허리는 야뽁 강변에서 씨름을 하다 다친 엉덩이뼈를 가리킨다.(창세 32,26) 그래서 야곱의 허리라는 표현은 진통의 고난을 통하여 비로소 생명을 창조하게 된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하겠다. 성경에서 ‘70’(거룩한 수 7×10)‘12’와 함께 완성과 충만을 뜻하는 상징수이다.

 

*억압의 시작: 강제 노동(1,8-14)

19왕조의 세티 1(기원전 1312-1298)와 라메세스 2(기원전 1298-1235)는 삼각주 동편에 대규모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이때 세워진 피톰 성읍의 본래 이름은 페르-아툼’(‘아툼 신의 집이란 뜻)으로 많은 신전을 보유했다. 19-20왕조 때 삼각주 일대의 수도였던 페르-라메세스 메리 아몬’(‘아몬 신의 사랑받는 라메세스의 집이란 뜻)은 흔히 라메세스 2세의 명성을 기려 라메세스라 불렸다. 이 두 성읍은 모두 파라오의 양식을 정하는 성읍”(1,11)으로 소개되는데, 사실상 동부 삼각주 지역의 병참 중심지였다. 이와 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흔히 요셉을 알지 못하는 임금을 라메세스 2세로 추정하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본문에는 새 임금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익명의 이집트 임금은 어느 특정인을 지칭하기보다, 이방 거류민을 종으로 삼아 그들의 자유와 생존을 억압하는 역사와 세계의 모든 적대 세력을 대표하는 상징어가 아닐까?

 

아무튼 불법 장기 체류자로 간주된 이스라엘 백성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동원되어 온종일 부역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처지로 떨어진다. 피라미드 등 주요 건축물은 나일 계곡에서 캐온 돌로 만들었지만, 일반 관공서나 주택, 성벽 등은 나일강가의 충적토로 빚은 벽돌로 세웠다. 벽돌을 만들려면 들판에서 모은 짚과 물기 있는 진흙을 섞어 손이나 직사각형 나무판으로 벽돌 모양을 만든 뒤 햇볕에서 사슬 말렸다가 다시 뒤집어 사흘 정도 말렸다. 이렇게 벽돌을 만들려면 1주일이 걸렸는데, 보통 하루 7-8시간 동안 벽돌 3,000개를 만들어야 했다. 라메세스 215년에 기록된 가죽 두루마리에는 매일 40명이 벽돌 8만 개를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두당 2천 개)

 

*심해진 억압-사내아이를 죽여라(1,15-22)

이 이야기는 모세의 출생 배경이 억압과 핍박의 상황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후대에 첨가된 전설이지 역사적 기록은 아닌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성경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위세 당당한 파라오가 보잘 것 없는 산파들에게 수치를 당했다는 것이다. 죽음이 막강한 권세가 여성을 통해 돋아난 하느님 생명력의 여린 싹을 없애지 못했다. 파라오로 대변되는 이 죽음의 세력을 막는 데 여성들이 생명의 옹호자로 나섰다는 점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2장에서도 여성들이 생명의 파수꾼으로 등장하여 파라오의 폭력에서 한 사내아이의 목숨을 구할 것이다. 보잘것없는 여인들이 당신 백성을 구하려는 하느님의 계획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마침내 파라오는 마지막 승부수로 히브리인의 아들을 모두 나일강에 던져 죽이라는 명령을 온 백성에게내린다(1,22). 이제 백성 전체가 이 학살 정책에 관여하고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집트인들에게 생명의 원천인 나일강이 죽임의 도구로 쓰인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열 가지 재앙에서 이집트인들은 강물로 고통을 받고 맏아들이 죽는 대반전이 일어날 것이다.

 

*모세가 죽음에서 건져지다(2,1-10)

레위 가문에 속한 어느 부부가 아기를 낳는다. 아버지는 레위의 손자인 아무람이고 어머니는 레위의 딸인 요케벳이라고 밝힌다(6,20). 율법(레위 18,12)에 따르면 고모와의 성관계는 엄격히 금지되는데, 여기서는 모세 혈통의 순수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성경에 모세의 후손은 단 지파의 사제로 언급된다(판관 18,30). 아무튼 모세가 레위 가문출신임을 명기하여 장차 광야에서 성소를 세우고 사제들을 세우는 역할을 하리라고 예시하고 합법화한다.

 

공주는 아이에게 모세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2,10). 아마 이 이름은 본래 이집트 이름이었을 것이다. 가령 투트모세(Thutmose)‘Thot(지혜의 신)가 낳은 사내아이, 라메세스(Rameses)‘Ra(태양신)가 낳은 사내아이란 뜻이다. 그런데 탈출기 저자는 이름의 뜻을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냈다.”로 풀이하여 발음이 비슷한 히브리어 mashah(건져 내다, 끄집어 내다)와 연결시킨다.(요세푸스는 그리스어 이름 Mo-use-s를 이집트로 (mo)에서 구원받은 자(Uses)’로 풀이한다.) 한편 모세 이야기는 이집트 호루스 신화나 사르곤 임금의 출생과 모험을 다룬 바빌로니아 이야기의 영향을 받아 재구성되었다. 아무튼 이스라엘 백성을 대변하는 모세는 고통의 상황에서 태어났고 극적으로 구원받는다.

 

*모세가 이집트 왕자에서 미디안 목자로 되다(2,11-22).

누가 당신을 우리의 지도자와 판관으로 세우기라도 했소?”(2,14) 이는 동포를 위한다고 나서지만, 진정 그들의 처지에서 아픔과 고통을 겪어보지 않고 어찌 그들의 지지와 호응을 받을 수 있겠냐는 빈정거림이다.

모세는 남자 목자들의 불의를 보고 즉시 일어나 먼저 온 여성들을 돕는다.(2,16-17) 모세는 풍요로운 땅에서 쫓겨나 척박한 광야에서 생명을 구했다. 고대 최고의 문화와 물질문명을 자랑했던 이집트는 모세의 자유와 목숨을 위협하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반면에 메마르고 황량한 광야는 그의 자유와 삶을 보존하는 생명의 땅이 되었다. 그 전환점은 폭력으로 사람을 죽였다면, 미디안에서는 약한 사람을 살렸다. 그래서 이집트에서 보장된 미래를 잃었고, 미디안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얻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3,8)은 약속의 땅을 가리키는 대명사이다. 사실 팔레스티나는 비가 적고 메마른 땅이다. 게다가 이 땅에는 이미 가나안족 등 여섯 종족이 살고 있다. 이제 풍요로운 땅 이집트가 오히려 생명을 억압하는 죽음의 땅이 된 반면, 기근과 고통의 땅 팔레스티나는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는 풍요로운 땅으로 제시된다. 그곳은 팔레스티나라는 지리적 영토와 자연조건을 넘어선다. 곧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어 뭇 생명이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땅, 하느님 나라를 뜻한다.

 

*“아론의 지팡이가 그들의 지팡이들을 삼켜 버렸다(7,12).”

이때 소개되는 큰 뱀은(tannim)이 보통 뱀(nahash, 4,3;7,15)이 아니라, 악어에서 유추해 낸 크고 무서운 바다 괴물 또는 혼돈이 세력을 나타내는 신화적 동물이라는 점이다. 이 둘의 대결은 한낱 코브라가 싸움하는 것이 아니라 혼돈의 세력, 즉 파라오의 힘을 누르고 그의 억압을 끝내리라는 야훼의 승리가 예고된 표징이다.

 

*첫 재앙: 물이 피로 변하다(7,14-25)

자연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6월부터 9월 중순까지는 나일 강의 범람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된다. 나일강의 지류인 아트바라 강 유역의 붉은 열대성 토양이 폭우로 인해 대량으로 강에 휩쓸려가, 나일강물을 붉게 만들었다. 그래서 마치 강물이 붉은 피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출기 저자는 재앙의 발생 원인이나 현상을 묘사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당신 계획에 따라 자연 세계를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주권을 극적으로 묘사하는 일이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다. 나일강은 이집트 국가 경제를 살찌우며 이집트인들의 삶과 문화를 지탱하는 구원이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을 신격화하여 하피 신으로 섬겼고, 나일강이 범람할 때는 위대한 신 오시리스가 영광을 드러내는 때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일강을 피로 변하게 하는 둘째 표징은 이집트 생명력의 근원을 뒤흔들고, 하피 신과 오시리스 신의 신성을 부정하려는 의미를 가진다.

 

*둘째 재앙-개구리(7,26-8,11)

자연적 현상으로 보면 붉은 열대성 토양으로 강이 오염되자 보통 9~10월 중순 홍수가 끝날 즈음, 뭍에 오르던 개구리들이 예외적으로 홍수 중에 땅으로 올라왔다. 나일강 유역에는 개구리가 흔했다. 개구리 여신 헥트는 진흙으로 사람을 빚어 만든 크눔 신의 배우자로서 그 일을 돕는 여신으로 섬김을 받았다. 개구리 표징 역시 이집트의 신들을 조롱하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을 것이다.

 

*셋째 재앙: 모기 떼(8,12-15)

재앙의 주범인 모기 역시 이집트에서는 대개 10~11월 중에 창궐하는 것이 정상인데, 그 해에는 나일강의 범람으로 모기 번식처가 많이 생겨 모기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해석한다. “이집트 온 나라에서 땅의 먼지가 모기로 변하였다.”(8,3)는 구절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보다, 모기떼가 새카맣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이집트 땅 어디에서는 볼 수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덟째 재앙인 메뚜기 떼는(10,1-20) 충분히 자연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령 이집트에 메뚜기 떼가 몰려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몰려와 풀과 나무의 열매를 모조리 먹어 버리는’(10,15) 현상은 특별한 경우였다. 메뚜기 떼의 피해는 대단해서 고대 근동과 구약성경에서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벌(신명 28,38; 1열왕 8,37; 아모 4,9), 나아가서 종말의 날인 야훼의 날에 벌어질 현상으로 제시되기도 했다.(아모 7,2; 요엘 1,4-7) 따라서 탈출기 저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자연 현상 안에서 하느님의 권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구원의 표징으로 이해했다.

 

*아홉째 재앙-어둠(10,21-29)

이 표징은 4월에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심한 남풍 때문에 생긴 먼지와 모랫바람이 햇빛을 가려 어두워지는 자연 재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연 현상을 넘어 창조 이전에 존재했던 어둠과 혼돈 상태로 보기도 한다.(창세 1,20 또 이집트 신성을 비판하는 표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집트에서 태양은 최고신이었고(Re), 파라오는 지상에 새운 태양신의 후계로 인식되었다. 태양신 숭배 예식은 파라오가 주관하는 가장 중요한 종교행사였다. 따라서 어둠 재앙은 이집트 최고신인 태양의 신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것으로, 비할 데 없이 크신 야훼의 권능을 드러낸다. 한편 많은 학자들은 어둠 재앙이 죽음의 예표로, 곧 벌어질 최후의 재앙(맏아들과 맏배의 죽음)과 갈대 바다 사건(기마와 기병 수몰)을 예시한 것으로 이해한다. 또 이 어둠이 빛이 없는 현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파라오의 영혼과 마음이 어둠에 싸여 있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열째 재앙-이집트의 맏아들과 맏배의 죽음(12,29-36)

진정한 의미의 이 재앙은 모세나 아론 등 중재자를 통하지 않고 야훼께서 손수 하셨고, 재앙의 성격과 진행 과정은 분명치 않지만 자연환경을 이용한 것이니라(급성 전염병으로 설명하는 견해도 있지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지혜 18,14-16 참조)

 

열째 재앙은 야훼께서 당신의 맏아들인 이스라엘 백성(4,22)의 아들들을 죽여 그들의 미래를 없애려 한 파라오(1,22)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의 맏아들로표상되는 이집트의 미래를 부정하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렇게 복수의 방법으로 폭력을 쓰신 것이 과연 하느님의 정의일까? 혹은 구원 역사를 위한 필요악인가? 오늘날 이 재앙을 역사적 실제 사건으로 보기보다 은유적 문학 표현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10번째 재앙이 역사적 사건이었다면 이 엄청난 일을 이집트 역사에 기록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물론 패배와 수치를 감추려는 의도에서 삭제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혹여 역사적 사실이 아니었더라도 본문이 주고자 하는 구원 메시지의 진실성까지 무시할 수 없다.

 

재앙 순서

본문

이집트 신들의 상징 조롱

자연 재앙

1: 물이 피로 변하다

7,14-25

나일강의 신 `하피'(Hapi)

건기지속적조현상 산소부족물고기 떼죽음수질오염

2: 개구리

7,26-8,11

출산의 여신 헥트’(Heket)

개구리 뭍으로 올라옴집단 폐사

3: 모기 떼

8,12-15

땅과 사막의 신 ’(Seth)

천적 없고 고인 물

4: 등에

8,16-28

파리의 신 우아티트’(Uatchit)

개구리 썩은 사체

5: 가축병

9,1-7

암소신 하토르’(Hathor), 황소신 아피스’(Apis)

모기와 파리가 말라리아 전염

6: 종기

9,8-12

의술의 신 임호텝’(Imhotep)

가축인간 전염 물부족위생 취약

7: 우박

9,13-35

하늘의 여신 누트’(Nut)

이상 기후

8: 메뚜기 떼

10,1-20

곡물의 신 세트’(Seth)

이상 기후

9: 어둠

10,21-29

태양신 ’(Ra)’(Re)

사막 폭풍, 화산재

10: 죽음

12,29-36

죽음의 신 `오시리스'(Osiris), 재생의 신 ’(mIN)

식량부족인구감소

이집트 몰락과 붕괴

자연 재앙도 하느님께서 완고한 이집트를 깨우치게 하시려고 내리신 벌이다.

 

*이스라엘을 광야로 이끄시는 하느님(13,17-22)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곧장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을 지나는 길로 인도하지 않으시고, ‘갈대 바다에 이르는 광야 길로 돌아가게 하셨다.(13,17-18)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을 지나는 길바다로 가는 길’(이사 8,23)로도 불리는데, 이집트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가장 짧은 직통길(290Km) 이다. 지름길에 치명적인 덫이 놓여 있었다. 아나톨리아(튀에르키에)-에게해 지역에서 유래한 해양 민족(캅토르족; 창세 10,14)인 필리스티아족(공동번역 블레셋)은 이집트를 공격하였다가 라메세스 3세에게 쫓겨나(기원전 1176년경) 가나안 남부 해안 일대를 차지하고 강력한 세력을 굳혔다.

 

따라서 지름길 대신 갈대 바다에 이른 광야 길을 택해야 했다. 갈대 바다(yam sup)에서 히브리어 수프(sup)파피루스’, ‘갈대숲을 가리킨다. 그런데 70인역본과 불가타 성경에서는 얌 수프를 홍해(紅海: 붉은 바다)로 옮겼다. 하지만 홍해에서는 갈대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본래의 갈대 바다는 이집트 북부 삼각주 지역이나 삼각주 동편 호수 지역으로 추정하는 견해가 많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의 이집트 만잘라호(수심이 깊지 않고 폭이 좋은 갈대 호수)에서 광풍이 불자 물이 밀려 말라버리는 현상이 발견되었다.(유튜브 홍해를 가른 모세의 기적, 과학으로 추론하다.내셔널지오그래픽 참조) 마른 땅을 밟고 갈대 바다를 건넜다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탈출기 기록처럼 단 하루 만에 수백만 명이 건너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마도 일부 히브리인들의 탈출이거나 몇 번에 걸친 소규모의 탈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대에 그 원체험이 증폭되면서 12지파 모든 민족이 탈출한 것으로 재해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리암의 노래에서는 말과 기병을 처넣으셨네하고 노래하지만, 기원전 13세기에 말은 병거를 끄는 도구에 불과했고 기병은 없었다.(여호 11,4.5; 판관 5장 참조) 그래서 이 표현을 후대의 산물로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한편 이스라엘 백성이 밤낮으로 행군하도록 야훼께서는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비추시고 이끌어 주셨다.(13,21-22) 이는 군대가 열을 지어 갈 때 맨 앞에 횃불을 들고 가는 예나 봉화같이 군대에서 연기와 불로 신호하는 관례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고, 고대 근동에서는 신의 현현을 구름과 번개()의 자연 현상으로 표현했다는 학자도 있고, 성소의 분향 제단이나 향로에서 솟아오르는 분향 연기를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아무튼 역사적 혹은 과학적 사실에 얽매여 주석하기보다는 본문이 주는 메시지 위주로 탈출기를 이해했으면 좋겠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었다. 그들이 얻은 해방과 자유는 온전히 야훼 하느님의 선물이었다. 그들이 한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자유를 주셨을 뿐 아니라 그들을 자유로운 당신의 백성으로 삼아 양육하신다. 다시 말해 이집트 탈출 사건이 하나의 위대한 출발점이라면, 광야라는 무대에서 진행되는 하느님 백성 되기는 일련의 과정이자 탈출의 본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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