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4.03.10 20:46

사순 제 4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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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나해, 2024년 3월 10일)강론>

 
사순 제4주일, 오늘은 전통적으로 ‘레따레’ 즉 ‘기쁨 주일’(Laetare)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의 색깔도 기쁨을 상징하는 장미색입니다. 또한 오늘 미사의 입당송도 “즐거워하여라, 예루살렘아”(Laetare Jerusalem)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순절 중간에 자리하기에 교회는 제계(齋戒)를 지키며 사순시기의 고된 나날을 보내는 신자들에게 다가올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보도록 상기시킵니다. 기쁨은 삶의 원천입니다. 기쁨은 인간을 살맛나게 합니다. 단 하루를 살아도 기쁨이 있으면 의미있게 살 수 있습니다. 

사실 사순시기는 우리 삶의 참 기쁨이 솟아나오는 원천을 찾아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데서 기쁨의 샘을 찾을 때가 많습니다. 재물에서, 명예에서, 건강에서, 인간에게서 기쁨을 찾습니다. 그러나 이런 데서 오는 기쁨은 스쳐 지나가는 것임을, 영원하지 못한 것임을 잘 압니다. 이런 것들은 우리를 즐겁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깊은 슬픔과 고통에 빠지게도 합니다. 
한편 오늘 ‘바빌론강 기슭, 거기에 앉아...’로 시작되는 화답송과 독서 내용을 보면서 카리브해 출신 흑인 혼성 그룹 ‘보니 엠’(Boney M)이 생각납니다. 1978년 발표한 ‘바빌론의 강’(Rivers of Babylon)은 (레게음악), 흑인 특유의 리듬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흥겹게 했습니다. 하지만 노래의 가사는 흥겨운 리듬과는 전혀 다르게 그리움과 아쉬움이 가득 배어있습니다. 즉,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으로 끌려가 자신들의 사랑하는 조국 이스라엘과 시온 언덕을 그리워하며 눈물지었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오늘 제1독서처럼 해방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빌론의 강’의 내용과 비슷한 처지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또 다른 곡이 있습니다.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바빌론 왕 느부갓네살의 이태리식 표현)’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그것입니다. 잠시 첫 소절을 들어보겠습니다.
‘가라, 내 마음아 금빛 날개 위로...’로 시작되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 주간을 예수님을 중심에 두고 희망과 기쁨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주변 상황이 우리에게 공포와 두려움으로 다가오더라도 십자가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신 하느님 자비를 기억하면서 희망의 노래를 마음에 새겨봅시다. 그런 점에서 오늘 복음은 더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밤에 몰래 찾아온, 당대 유명한 바리사이 니코데모와 대화를 나누십니다. 니코데모는 예수님께서 하신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라는 말씀과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라는 말씀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설명이 바로 오늘 복음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위로부터 새로이 태어나는 것이고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성령의 힘으로 모든 죄의 뿌리인 이기심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며 믿음으로서 거룩한 마음으로 세례성사를 받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육이 아니라 하느님 자녀로서 영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자녀로서의 삶에는 항상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신앙인이 된 목적은 불행과 고통을 피하기 위함이 아니라 불행과 온갖 고난을 겪음으로써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하나 되기 위함입니다. 연어는 산란 후 죽음으로써 장차 태어날 새끼에게 자기 몸을 주고, 살모사는 제 몸을 새끼에게 먹이로 내어줍니다. 인간은 더 나아가 긴 세월 동안 자식을 위해 말할 수 없는 희생을 합니다. 이처럼 우주의 원리는 사랑이며 그 원천은 하느님이십니다.

이처럼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겪는 고통은 예수님의 운명에 참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일상에서 다가오는 불행과 고통 속에서 하느님의 은혜를 체험합니다. 불행을 모면할 길은 없습니다. 불행은 예고 없이 도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길을 따라 걷는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으며, 불행을 딛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힘이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시기를 보내며 우리는 좀 더 자주 높이 매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희망의 십자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극심한 고통에 힘겨울 때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님 역시 처절한 고통을 겪으셨음을 기억하고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깊은 슬픔에 빠져들 때마다 십자가상 예수님의 한없이 슬펐던 눈동자를 바라봅시다. 우리가 지고 가는 일상의 십자가가 너무 무겁게 여겨질 때마다 주님께서도 함께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가심을 잊지 맙시다. 주님께서 소리 없이 우리의 십자가를 받쳐주고 계심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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