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8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by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posted Mar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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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8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사람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신비를, 거룩함을, 신성을 알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하느님을 사랑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웃을 향한 사랑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는 하느님을 «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 사랑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으로 만져지는 이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주님께서는 «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고 말씀하신다. 누가 이웃이며,은 사랑은 또 무엇인가? 주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들면서 이웃에 대해 명확히 말씀해 주셨다. 강도를 당한 사람이 사막에 버려져 있을 때에, 바리사이도 그냥 지나쳐 버렸고, 사제도 그냥 지나쳐 버렸는데, 사마리아 사람이 그 강도 당한 사람을 데리고 여관으로 가서, 그를 치료해주었다는 이 이야기를 마치신 후, 주님께서는 누가 이웃이냐고 묻는 젊고 똑똑해 보이는 율법학자에게 되물으셨다. « 누가 그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주었느냐 ? » 이 물음을 통해서 예수께서는 이웃은 거리나 지리상의 개념이 아니라, 내가 사랑을 베풀면 그 사람이 바로 이웃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러면 무엇이 사랑일까 ? 그저 좋은 음식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호강시켜 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다. 가난하고 힘든 이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가난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도 사랑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려 하는 그들의 서러운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그들을 애써 찾아가는 것도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은 때로는 아프다. 때로는 힘들다. 때로는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인지상정의 한가운데에 마귀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인지상정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나몰라라 눈길을 돌려 버리는 바로 그 자리에 마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은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다. 성당 다니고, 성경공부하고, 기도 열심히 하고, 미사 잘 참례하는 것이 신앙생활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한 행위들은 도구적인 가치다.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무엇을 위해 성경공부하고 무엇을 위해 미사를 드리느냐에 따라서 가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지, 기도 많이 하고, 성경 많이 읽고, 미사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 자체가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기도하고, 성경 읽고, 미사에 참여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 예수의 일, 바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힘과 양식을 얻는 방식이다. 다행히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오늘 복음의 끄트머리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위로와 위안과 희망도 주면서, 우리에게 다시 ‘해보자, 힘내보자’ 하며 우리에게 힘과 용기와 박수를 보내주시는 주님의 축복으로 다가온다: « 당신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하느님에게서 멀리 있지 않습니다 ».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하느님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